독서하기에는 날이 너무 덥지만 조금 무거운 듯한 책 한 권 들어보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은 「미래의 도전들」이란 책이다.
교황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들 가운데 오늘날 편파적인 신화화의 과정을 거쳐서 도덕적 이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가치들로 진보, 과학, 그리고 자유 세 가지를 들 수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과학은 『합리성이 통제와 조정을 거치고 경험을 통해 입증되어 온 형식이라는 점 때문에 대단히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 안에도 인간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병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과학적 능력이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 되는 현상 역시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에 관한 논쟁이 초여름 날씨처럼 달아오르던 이달 초, 가톨릭 중앙의료원 의과학연구원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오일환 알베르토 교수를 만나 인터뷰하며 교황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실감하였다. 신화화의 과정을 거쳐서 도덕적 이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역시 그 의학적 연구의 허와 실 이전에 짚어볼 것은 무엇보다 「인간 존중」이다.
『과학이나 권력이 인간을 존중하는 데 기여하지 않고 상업화되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고유한 척도로서 과학의 성공 자체만을 지향할 때 과학의 진정한 본질은 사라지고 만다』는 교황의 말씀은 너무 당연해서 평범하게 들리지만,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이들은 물론, 국책사업처럼 이를 후원하는 듯한 정부 모두 경고처럼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오일환 교수는 『세상은 불합리하다. 이 문제도 불합리하다』면서도 『세상이 모두 「예」 할 때도 교회가 자긍심을 가지고 세계에 대한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며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 신자들이 모두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그의 말대로 『종교적인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 좀 더 살 만한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 파수꾼처럼 두 눈 부릅뜨고 변혁의 시대를 살펴보아야 하겠다.
배봉한 <경향잡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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