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는 ‘아일랜드’는?
며칠 전에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총 제작비가 무려 1000억원이 들었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의 「인간복제」를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생명과학자들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복제인간을 만들어 대리모와 장기이식용 제품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복제인간을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과 동일시하여 고객(?)을 위해 필요한 때에 필요한 용도로 이용해 쓰고는 폐기처분한다는 끔찍한 내용이다.
물론 복제된 인간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운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자신들은 그저 오염된 지구에서 특별히 선택된 사람들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오염되지 않은 환상의 나라, 현 세상에 존재하는 천국, 곧 「아일랜드」를 갈망하면서 선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그들이 갈망하는 아일랜드란 「죽음」을 의미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관객들을 위한 재미있는 장면을 몇 가지 연출하고 있다. 한 장면에서는 자신과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인간과의 결투장면이 나온다. 서로 총을 겨누고 자신이 진짜 인간이라며 우겨대다가 결국 체세포를 제공한 인간은 총에 맞아 죽게 되고 복제인간은 살아남아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처럼 행세한다. 결국 더 오래 살려고 장기이식을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해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든 사람은 더 일찍 죽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장면과 대사가 있다. 인간복제를 시도한 생명과학자와 복제인간을 주문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모두 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도살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 말은, 복제된 인간이 죽더라도 그것은 한낱 상품일 뿐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제인간은 인간이 아니기에 그의 장기를 마음대로 쓰고 폐기 처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복제인간은 공장에서의 제품일 뿐이므로 어떻게 이용하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용된 복제인간이 폐기처분되어 죽든 말든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 중에는 한번쯤은 이런 상상을 했을 지도 모른다. 『만일 내가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을 갖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기를 원하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장수를 누리면서 살기를 원한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인간적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고 해서 과연 우리에게 복제인간을 만들 권리가 있는가? 우리와 똑같은 인격체인 복제인간을 장기대용으로 이용하고 죽일 수 있는가? 판단은 스스로 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문학평론가가 아니다. 물론 영화평론가도 아니다. 영화를 무지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릴 만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관객이 어떤 영화를 보고 나름대로 평가한다고 해서 무리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는 결국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내용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느 한 감독에 의한 상상적 영상물만은 아니다. 즉,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다룬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작금의 생명과학이 실제로 인간복제를 시도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부 몇몇 생명과학자들이 대리모와 장기이식의 목적으로 인간복제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지로 인간복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 행위를 통해 불행한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곧 무정자증의 남편을 가진 아내가 자신만의 아이를 원할 경우 체세포 복제를 통해 그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선천적인 유전자적 결함(백혈병이나 암 환자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의 치유를 위해 복제인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반생명적이고도 반윤리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결코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는 그 실패율이 매우 높아서 결국 끊임없이 인간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생명체인 인간배아 복제나 배아를 이용한 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왜냐하면 엄격히 말해서 인간배아 복제 및 연구는 인간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곧바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 배아 복제 및 실험연구 허용은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간 복제의 방법을 통해 태어난 인간이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벌어질 일을 예견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인간 복제가 동일한 DNA를 가진 인간의 존속을 주목표로 하여 무성생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해 볼 때 이러한 사람들과 자연적인 방법 즉 유성생식을 통해 탄생한 「보통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적 분열을 야기 시킬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물학적 특성 뿐 아니라 기억력과 성격까지도 복제가 가능하게 된다면 인류가 맞이하게 될 사회는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결국 이러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 혹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그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록 복제된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는 명백히 인간인 것이다.
다시 한 번 영화에서 인간복제를 시도한 생명과학자와 복제인간을 주문한 사람들이 말한 대사를 상기해 보자.
『우리는 모두 고기를 먹는다. 그러나 우리는 도살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진정 바라고 희망하는 아일랜드는 어디인가?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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