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따르고 그분의 말씀에 귀기울이는 계기되길
우주 안에 있는 수없이 많은 다른 별들과 비교해서 보잘 것 없는 지구가 아주 특별한 이유는, 이 작지만 아름다운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뿐 아니라, 고도의 지성과 더불어 자유라고 하는 엄청난 특전까지 누리는 특별한 생명체인 인간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초음속, 초고속이란 이름이 붙은 각종 이동수단을 개발하여 하루 이틀이면 가지 못할 곳이 없고, 위성이나 광케이블 등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각종 통신수단을 통해 지구 구석구석의 소식을 언제 어디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엄청나게 줄어든 시간과 공간이란 감각의 틀 안에서 지구를 더 이상 무한히 넓은 세상으로 보지 않고, 마치 개울 건너 혹은 뒷산 넘어 있는 마을과 마을들이 서로 함께 커다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경제, 정치, 문화, 교육 등 인간의 모든 생활영역들이 마치 한 동네 사람들의 생활처럼 긴밀하게 연관되어 움직이는 이 세상은 말 그대로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라고 일컫는 이러한 변화는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도전이며 동시에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자원이나 인력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이 지구촌의 오늘의 현실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식량만으로도 전 세계의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다고 하는데,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이 1년에 1800만 명이나 되고, 굶주리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10억 가까이 된다는 사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최근에 자주 보도되는 니제르의 기아상황은 끔찍하기만 하다. 뼈만 앙상한 아기가 엄마 품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이나 흙탕물을 마시는 아이들의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이 나라에서는 인구 1100만 명 중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나라도 선뜻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도와주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 유엔이 긴급 지원한 금액은 겨우 100만 달러. 니제르 정부가 금년 5월에 다시 유엔에 3000만 달러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1000만 달러만 들어왔을 뿐이라고 한다. 한 동네에 사는 이웃이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게 되었다고 했을 때,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있는가?
이번 주에 독일 쾰른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모시고 세계청년대회가 열린다. 쾰른 대성당에는 이 세상의 구세주로 태어나신 분을 찾아뵙기 위해 먼 길을 나섰던 세 분의 현자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지구촌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들처럼 『주님을 경배하기 위해』(마태 2, 2) 먼 길을 달려와 함께 할 것이다.
대회에 참석하는 이들뿐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젊은이들이 주님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위한 씨앗을 온 세상에 뿌리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생활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주님이 보여주신 길을 걸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시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보이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십자가를 선사하고, 십자가의 길 행사를 권고한 것은 바로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십자가야말로 동서남북 그리고 아래위로 활짝 열린 참된 인간의 모습과 마지막 한 방울의 피와 물까지도 아끼지 않으신 주님의 참된 인간애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사고방식,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국제정치나 경제의 협상방식이 가져온 것은 무엇인가? 남들은 다 자기 욕심 차리고 자기만 편하게 살면 된다고 하는데, 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을 희생하고 이웃을 먼저 배려하며 살아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희생하여 너를 살리는 길, 나만 행복하지 않고, 나의 행복을 양보하여 너도 행복하게 하는 길, 이 길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되는 길이다.
독일 쾰른에 모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한 친구로 삼아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이 앞장서 가시는 길을 용감히 따름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지구촌, 이름처럼 정겨운 그런 마을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