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광복 60주년의 의미는 오늘날 더욱 각별하다. 광복 60주년은 곧 인류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무의미하고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60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족의 비극이자, 인류의 비극이었던 전쟁이 종식됐고, 인류는 전쟁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지만 여전히 지구촌에는 폭력과 분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아직도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의 당사자인 일본 역시 역사로부터 충분한 교훈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지난 60년 동안 일본은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지한 성찰, 그리고 그러한 성찰에 바탕을 둔 회개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미흡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평가인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 교회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제기되는 과업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교회는 2000년 대희년에 교회의 구성원들이 지난 2000년 동안의 교회 역사 안에서 저지른 과오에 대해서 용서를 청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 교회는 이러한 보편교회의 역사에 대한 태도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해 자신의 역사를 돌아본 후,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서 양국 교회의 몫은 분명하다.
지난 십여년 동안 한국과 일본 교회는 주교단의 교류와 젊은이들의 교류를 통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역사 인식의 심화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거나 충분하다고 자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교회내의 많은 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은 양국 교회가 아직까지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역사의 여러 장들에 대한 더욱 깊은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직 우리 교회 안에서는 충분히 연구되고 조명되지 못한 역사의 장면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 일제시대 때의 조선과 일본 교회의 소명과 역할에 대한 평가, 해방 이후 양국 교회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 등이 그러하고, 그러한 과거의 역사로부터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고 그것을 교회와 민족의 미래 전망을 모색하는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많은 과제들이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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