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복제 소식에 불안감이 엄습”
며칠 전 국내 주요 일간지 일면 머리기사에 『황우석 교수팀 세계를 또 놀라게 하다』, 『「인간의 친구」 개 복제 성공』, 『기적에 도전…. 하늘도 감동했다』 등의 제목이 실렸다. 또 다시 「황우석 신드롬」이 시작된 것이다. 머리기사 그대로 한국에서 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다른 동물들(양, 생쥐, 돼지, 염소, 고양이, 토끼, 소등)의 복제는 성공하였지만 개를 복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아 성공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개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생식기 구조가 복잡하고 난자를 얻기가 매우 어려워 원숭이와 함께 복제가 가장 어려운 동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이제는 동물복제를 정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생명과학의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생명과학의 발전은 어디까지일까?
한편에서는 이러한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과학의 무서운 질주에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걸림돌 하나 없는 생명과학의 독주에 무엇인가 불안감이 스며들기 때문이다. 꼭 꼬집어서 말하기엔 뭣하지만 무언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도 이 소식을 접하고는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놀라움과 동시에 뭔가 모르게 깊은 불안감 때문에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던져 보았다.
『과연 생명과학의 발전은 인간 삶에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가?』 『정말 생명을 복제해도 괜찮은 것일까?』 『인간복제가 곧 바로 가능해 지는 건 아닐까?』
황우석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앞으로 개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어 실험한다면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난치병에 적용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결국 개의 복제배아 연구는 우리와 똑같은 인간생명인 배아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실험하기 위한 단계에 불과하다. 나아가 개의 복제 성공은 인간 개체 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인간복제는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이 되었다. 물론 황우석 교수 본인은 절대로 인간개체 복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생명과학자가 인간복제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복제라는 매우 심각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간복제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명료하다. 인간복제를 통해서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줄 수 있으며,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곧 불임부부나 동성애자들에게 아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그 방법이 악해도 좋다는 논리는 결코 성립될 수 없다. 그리고 인간복제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인간생명의 영역은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이러한 행위를 시도하려 한다면 그것은 인간 최대의 오만이며, 이러한 오만은 사회적 편견과 혼란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오만과 편견은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할 공동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생명과학의 상업적 이윤 추구 현상이다. 이미 탯줄은행이나 정자.난자 은행이 성행하고 있고, 유전자 검사 기관이 개인 설립회사로 허가받아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취급하고 있다. 나아가 거액을 주고 대리모를 구한다는 대자보가 돌아다니는가 하면 불임부부에게 시험관 아기를 통해 어마어마한 상업적 이윤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애완동물 복제 회사가 등장해 수천만 원대의 돈을 요구하며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필자에게는 이 모든 현상들이 마치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아일랜드」의 내용(거액을 받고 복제인간을 예약주문 받아 주문한 사람과 똑같은 장기이식용 복제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생명과학은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생명의 연장, 질병의 정복이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명이 수단화 되고 도구화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생명과학의 발전은 「질병의 정복」이라는 얼굴 이면에 인간생명을 담보로 하는 「생명의 상품화」, 「생명의 수단화」를 강행하고 있다. 얼마 전(7월 29일) 보건복지부가 배아연구 위헌 심판 소송 중인데도 불구하고 「연구승인」을 결정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우려하는 바는 인간복제를 통한 「복제인간 출현」이다. 이대로 생명과학이 거칠 것 없이 무단 질주한다면 머지않아 복제인간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개나 고양이의 동물복제 소식에 놀라지만 머지않아 갑자기 「인간복제 성공」이라는 기사가 일면을 장식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아니 실지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실제로 복제인간이 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우리와 함께 산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이 바로 내 앞에 존재한다면 나와 그는 어떤 관계가 되는 것일까?
정말이지 두렵다.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더더욱 이것이 그저 상상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곧 바로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앞으로 만약 생명과학이 인간복제를 시도한다면 이것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지금의 인간배아연구도 정부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고, 인간복제 전 단계로서의 동물복제가 성공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인간복제는 초읽기에 들어서고 있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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