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서투른 복음나누기를 시작한 지 몇 번이던가? 우린 또 그렇게 모여앉아 모임을 시작했지요. 아버지라는 무겁고도 고달픈 직무도 잊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사회적인 풍모도 잊어버리고.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벼이삭들처럼 고개를 숙이고, 성서를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고, 기도하였지요.
『생활 속에서 하느님을 뜨겁게 체험할 때 비로소 하느님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마음을 늘 새길 수 있도록 심어주십시오』 한 형제가 모임 소식지 뒷면에 짧게 적어온 기도를 막 글 읽기를 시작한 학생처럼 낭독하던 때, 그 기쁨이란! 그 형제의 벗겨진 머리 위로 한 줄기 바람 같은 기운이 지나가고, 이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스치던 서늘한 그 기운은 무엇이었을까요?
보이지 않게 이 모임을 이끌어주신 주님의 위대한 능력을 체험한다! 그간 용케도 모임을 이끌어온 우리의 능력을 확인한다? 자화자찬도 하고 싶은 자리였지만 논란의 여지 없이 주님께 영광을 돌리며 찬미와 감사, 새로운 다짐으로 마침기도를 끝냈지요.
『다섯 달란트를 열 달란트로!』
실천할 생명의 말씀과 저마다의 다짐이 쓰고 단 소주의 취기처럼, 전골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우리 몸과 마음에 스며들던 밤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세월 따라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을 또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
구역장직을 맡아 갓 부임한 일선 소대장처럼 마음만 바쁘던 시절, 남성 구역모임의 복음나누기 정경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낡은 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정을 나누던 가난한 교우들은 대부분 새로운 삶의 자리로 떠났습니다. 이사를 오고 가고 그야말로 「헤쳐모여」 한 지금도 모임은 다시 이어지겠지요.
구역 전례봉사 주간이 돌아와 미사를 다니던 그 어느 날의 이른 새벽, 먼 산 위에서 빛나던 샛별, 청소부의 비질 소리, 해장국 집에서 풍기는 생선 굽는 냄새, 선연하게 빛나던 신호등, 건널목에서 이웃들과 나누는 눈인사,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배봉한 <경향잡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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