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가족을 데리고 시골집으로 찾아와 여름휴가를 같이 지냈습니다. 함께 읍내로 나가 성당에 다녀왔는데, 여름 내내 그러했듯 제가 양말을 신지 않고 맨발로 미사에 참례한 것을 보고 입담 좋으신 친구 어머니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경로당에 다녀온 어떤 시어머니가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며느리에게 말했답니다. 『얘야,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못에 찔려 죽은 사람이 있다던데, 그 뭐라더라, 야소라던가?』
시어머니가 예수님을 불경스럽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한 며느리는 『아버지, 아버지!』하고 하느님을 부르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시어머니가 다음날 경로당에 가서 말했답니다. 『어제 얘기한 그 사람 알고 보니 우리 바깥사돈이더구먼. 우리 며느리 아버지더라고.』
한바탕 웃고 나서 이야기는 교회의 예절로 옮아가자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옛날 어느 수도원에 고양이가 있었는데 예절을 할 때마다 돌아다녀서 장상이 『예절을 할 때에는 고양이를 묶어두어라』는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수도원에서는 이런 광경이 벌어졌답니다. 미사나 기도, 무슨 예절을 할 때면 고양이를 한 마리 잡아다가 묶어놓고 한다는 것입니다.
한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나와 『한국인의 내면을 지배해 온 유교 문화의 권위와 위선에 대한 600년 만의 자유선언』이라는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맨발 이야기를 하다가 지나치게 나아가는 감이 있지만,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정신보다 외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맨발로 돌아다니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알몸으로 나무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따라 살았던 신앙선조들을 본받는 순교자성월이 다가옵니다. 그동안 『맨발처럼 민망스럽고 맨발처럼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양말을 신어볼까 합니다. 날씨도 달라졌고 마음의 매무새도 가다듬을 겸 말입니다.
배봉한 <경향잡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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