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화해」 「평화」 「일치」 「단순」 「소박」을 떠오르게 하는 떼제공동체의 창립자. 마더 데레사에 비견될 만큼 금세기 평화의 사도로 상징되어온 로제 슈츠 마르로슈 수사가 한 루마니아 여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떼제공동체와 더불어 평생을 그리스도교의 화해와 일치에 힘써왔고, 세계 각지에 평화와 신뢰, 일치, 교회의 봄에 대한 기다림을 일깨우는 이름이었던 로제 수사의 죽음은 떼제를 아끼고 사랑한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경악을 불러 오고 있다.
분열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애썼던 그가 또 하나의 폭력에 희생된 모습에 참으로 할 말을 잊을 수 밖에 없는 심정이다.
「우리시대 가장 위대한 종교인 중 한명」 「우리 종교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이라는 평가처럼 로제 수사는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을 확장시켰고 그 영향을 전 세계에 미친 인물이다.
이미 공동체 자체가 30개 국적을 지닌 100여명의 가톨릭 및 다양한 개신교 출신 수사들로 이루어져 다양한 형제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며, 갈라진 그리스도교인들과 분열된 민족들간의 구체적인 화해의 표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로제 수사는 젊은이들과 함께 한 삶으로 눈길을 모은다. 매년 열리는 젊은이 모임에 전 세계 청년들은 진리와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떼제를 찾았고 그는 그런 젊은이들과 함께 기도했다.
이런 정신을 따라 매년 연말연시에는 유럽 큰 도시에서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모임을 이뤘으며 대륙별 모임으로도 그 정신이 이어져 갔다. 이외에도 그는 50여개국 말로 번역된 공개 서한을 통해 젊은이들이 항상 하느님 사랑의 샘에 머무르도록 격려했다. 그만큼 로제 수사와 떼제, 그리고 젊은이들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특별한 고리였다.
쾰른에서 열렸던 이번 세계 청소년대회를 앞두고도 로제 수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충심으로 나와 쾰른에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띄운바 있다.
이제 떼제공동체는 8년전 후계자로 선정된 알루사 수사가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젊은이들을 만나 큰 가르침을 주었고 또 사랑의 힘을 증언했던, 교회일치와 연합을 위해 노력했던 로제 수사의 숭고한 정신 역시 떼제를 찾는 이들 마음 속에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