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죽여 돈벌이 해서야”
우리나라의 낙태율이 왜 높은가?
통계적으로 볼 때 전 세계적으로 화학적 외과적 낙태를 포함해서 1분에 약 400명의 어린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도 하루에만 약 4000명에서 5000명 정도가 죽임을 당하고 있고, 이 숫자로 환산해 본다면 1년에 약 150만명에서 200만명의 어린 생명이 낙태로 인해서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이러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낙태의 합법화에는 여러 가지 요인과 배경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에도 몇 가지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낙태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는, 사회-경제적 배경이다. 대표적으로는 인구문제를 들 수 있다. 곧 인구과잉 문제는 정치, 경제, 문화, 나아가서는 사회전반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간주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인구증가의 주된 원인은 출생률에 비해서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한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곧, 의학발달과 공중 보건사업의 확대로 전염병을 비롯해서 많은 병들이 예방 되고 특히 유아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됨에 따라서 인구과잉이 초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구과잉의 문제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그 요인을 찾아 볼 수 있다.
둘째는, 윤리-교육적 배경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한 인간에게 있어서 교육은 참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윤리교육을 통해서 참된 인간으로서의 행동규범을 배우고 성장해 간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의 배경, 곧 다원화, 산업화에 의해서 기존질서나 가치체계가 와해되고, 심지어는 방향 상실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안에서 올바른 윤리교육은 기대하기 힘들어졌고, 결국 인간은 하나의 기계 부품처럼 취급되고 상품화되어버려서 성은 본연의 의미를 벗어나서 기능적인 역할로만 전락되고 만 것이다. 결국 무질서하고 책임 없는 성행위가 만연된 사회에서는 낙태율이 급증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는, 우생학적 배경이다. 태아에게 선천적, 유전적 결함이 있거나 산모의 질병으로 인해서 비정상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서 현대의 각종공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라든가 유전병이나 기타 이유로 인한 저능아 출산이라든가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 자궁 내 태아를 미리 진단해서 만약 비정상적인 태아일 경우 자신의 불행을 미리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낙태가 자행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남아 선호사상이 만연해 있어서, 원하는 남아가 아닐 경우에 여아를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넷째는, 피임약의 무절제한 과다 사용문제이다. 사실 낙태와 피임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와 피임은 상호 인과관계로 작용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피임상태에서 한 단계 연장한 목적 실현의 방법이 낙태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곧, 임부에게 해로운 임신이나 원치 않는 아이의 임신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서 낙태는 피임의 실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최근 한국 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명의 여성 중 4명(성인여성의 38.3%) 가량이 한 번 이상의 낙태를 경험했고, 이중 절반 이상이 피임실패 때문에 낙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는, 낙태율 증가에 대한 또 다른 이유로 일부 의료인들의 비윤리성을 지적하고 싶다. 일부 비양심적인 의료인들은 인간 생명을 수호하고 인간의 생명을 증진시키기 위해 습득한 의료기술을 오히려 인간 생명을 박탈하는, 죽음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생명을 위해 의술을 펼치는 의사로서의 숭고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약속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정된 때부터 더없이 존중하겠노라』고 의료인들이 명예를 걸고 서약한 그 숭고한 정신은 어디에다 감추었는지, 어디에다 팔아먹었는지 그 양심에 묻고 싶다.
형법 개정안 제135조는 낙태의 허용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곧,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거나 태아가 기형 등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또는 혼인할 수 없는 혈족간의 임신 등에 한하여 일정한 기간 내에 일부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형법 개정안 제135조
위 조항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모체의 건강이란 말이 모호하고 그래서 매우 넓은 개념이라는 점이다. 비록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지만 자의적 법 적용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그 내용은 모체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생명의 지장이 없는 신체에 대한 위험은 여기에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태아가 유전적 소질 또는 출생 전의 해로운 영향으로 인하여 건강상태에 중대한 손실을 입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의 낙태허용은 역시 신정법과 자연법, 헌법 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생명권에 위배된다.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그 태아는 고유한 생명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 문제는 낙태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예방적 성교육, 성폭력의 방지, 미혼모의 보호대책, 입양사업을 사회가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근친상간의 경우도 적법한 혼인여부에 생명권이 좌우될 수는 없다. 형법 개정안 135조의 또 다른 문제는 임신 중의 여자와 의사의 결정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낙태 천국이라니 참으로 부끄럽다. 낙태율이 세계 제1위라니 정말이지 수치스럽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산되어야 할 우리의 어린 아이가 부모와 의사의 선택권으로 그 생명권이 박탈될 수도 있다니….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