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잘된 젊은이 배출하는데 노력 기울여야
얼마 전 전방의 비무장지대에 있는 군 막사에서 김일병이 동료와 상사를 향해 총격을 가해 무고한 전우들을 사살한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유사시 적을 향해야 할 총을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전우를 향해 쏜 사건은 우리 군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가 하는 우려와 함께 군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게 했다. 이번 사건으로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지난번 유모 청년의 연쇄살인 사건과 함께 우리 사회 생명경시 풍조와 인성의 황폐화가 이미 도를 넘었다는 점이다.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나 생명경시 풍조 현상에 대하여 여러 진단과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급속한 산업화와 이에 따른 대가족제도의 해체, 가정 및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결여가 그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내가 서울 및 전국 평협 회장이 되면서 전개한 캠페인이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즉, 가정을 먼저 건전하며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자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에 가정 중시의 가치관을 널리 전파하여 도덕성 회복을 꾀하자는 이 운동은 먼저 가정에서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서를 읽고 대화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그러나 반드시 실천해야 할 근본적인 치유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학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16세기에 대학을 창설할 때 당시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 문화적 요구 사항에 응답하여 고등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예수회의 교육이념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나의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기존 대학들이 자기 안에 갇혀 새로운 시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예수회는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에 대한 확고한 방안을 가지고 교육을 통해 새로운 사회건설에 이바지하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강대학교도 60년대 창설 당시 갈피를 잡지 못했던 우리의 대학교육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명문대학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회의 교육 이념인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의 수월성을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봉사의 삶을 사는 「완전한 인간」을 교육하는데 역점을 두었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학은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비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단호한 판단을 내리고 해결책과 그 대안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예수회 대학으로서 서강대학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예수회의 교육이념으로 다시 한번 대답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에 빛을 던지는 희망의 등대로 거듭나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이는 「그리스도 왕국」의 건설을 위한 이냐시오적 안목과, 신앙과 정의구현을 위한 봉사에 최선을 다하는 예수회 사명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서강대학교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현재 우리사회가 요청하고 있는 인성교육이 잘된 젊은이들을 배출하는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문과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돼 새로운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완성단계에 있고 이것은 아마도 우리 대학들의 인성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모델로 제시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연구지원 자금을 받은 바 있고 학제간 연계와 협동을 통하여 통합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하드웨어적인 교육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이미 어느 독지가가 가평군 현리에 5만평의 땅을 기증한 바 있어 여기에 인성교육원을 세울 계획이다. 여기서 하바드 대학의 신입생들이 일년 동안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인성교육을 받듯이 서강대 신입생들도 이곳에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어느 독지가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해 준다면 서강대학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날개를 단 듯 탄력을 받고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런 독지가가 나타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또한 군(軍)과 연계하여 이러한 인성교육이 진행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군대라는 또 하나의 젊은이 집단에서 발생되고 있는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대학이 군을 지원할 수 있게 되면 군(軍)과 학(學)이 협동하는 새로운 인성교육 모델을 창출할 수 있게 되고 우리사회는 군을 신뢰하게 되며 자녀들을 마음 놓고 군에 보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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