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순교자 성월이다. 순교자들의 피와 땀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고결한 신앙과 삶을 되새기고 그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매년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지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신앙의 후손들인 우리는 이 아름다운 시기를 맞으면서 깊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신앙 선조들의 굳건한 순교의 정신을 얼마나 우리의 신앙과 일상 생활에서 묵상하고 실천하고 있는가를 자문할 때,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와 신자들은 103위 순교 성인이라는 신앙의 보물을 지니고 있다.
또한 새로 124명의 신앙 선조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엄청난 신앙의 보화가 주는 메시지를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순교자들을 현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우리는 103위의 순교 성인들에 대해서 얼마나 배우고 익히려 노력했었는가. 한때 한국 교회 안에서는 이들 순교 성인들을 현양하려는 노력이 공동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붐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시성식 때의 그 벅찬 감격이 사그러지면서 우리는 이제 순교 성인들의 삶과 정신에 대해서 점점 잊어가고 있다.
또한 새로 124명의 선조들에 대한 시복시성이 추진되어, 시복재판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 신자들은 이분들의 삶과 정신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고 현양에 힘쓰는 이들도 적다.
시복시성은 단지 성인을 재산처럼 보유하는 것이 아니며, 시복시성 자체만으로 의미가 완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위대한 믿음의 삶을 살아간 그분들의 삶에 대해 배우고, 그 정신을 내 일상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할 때에만 시복시성의 의미는 완전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졌다. 한국고유의 영성과 신심은 순교 신심에 다름 아니다. 한국 교회의 신자들에게 순교 신심이 결여된다면, 그것은 자신의 고유하고 독특하며, 가장 고귀한 신앙의 자산을 잃는 것이다. 우선 순교자들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배운 것을 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해서 투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9월은 그렇게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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