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전체 국민 1777만여 세대 중 806만 세대(45.4%)가 무주택세대라고 한다. 나머지 970만 세대(54.6%)가 1119만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89만 세대가 두 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체 세대의 5%에 불과한 이들이 소유한 주택은 전체의 21%(237만채)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자기 집」에 대한 집착은 매우 강하다. 그것은 바로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땅과 집은 주거 수단이라는 고유의 의미를 잃고 재테크의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부익부빈익빈의 현상을 심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사회문제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의 문제가 지닌 심각성을 의식하고 수십 차례에 걸쳐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 추진했다.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둘째 치고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가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반증한다.
신앙의 차원에서도 땅과 집을 매개로 한 투기 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김운회 주교는 지난 2003년 12월 28일자 특별담화문에서 『토지나 주택의 보유와 거래를 재산 증식의 기회로 삼는 일은 집 없는 가난한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대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기 목적으로 집을 과다 보유함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하는 이들이 신앙인들이라면 이들은 그 자체로 대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신교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개신교계 인사 91명이 지난 8월 29일 「토지 정의를 위한 기독인 선언」을 발표하고 『교회와 기독인의 부동산 투기로 큰 고통을 받아온 가난한 이웃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교회와 기독인들은 부동산 투기를 중단하고 토지 불로소득을 자발적으로 지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화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역시 사목헌장 제69항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넉넉한 재화를 소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느님의 선물로서 재화의 획득과 사용은 그에 합당한 정당한 노동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부동산 투기처럼 결국은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고통에 빠지게 하는 행위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다.
부자 청년에게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도록 명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라면, 정당하지 못한 부동산 투기에 열을 내는 것은 결코 신앙인의 자세와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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