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됐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우리 선조들의 말씀은 한해의 추수로 풍성한 수확과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넉넉하게 지니는 우리 민족의 지혜와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한가위, 곧 추석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감사와 사랑 나눔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한 해의 수확을 거둘 수 있음은 단지 자기의 노력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햇빛과 비를 내려준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이 그 하나이다.
그리고 그렇게 땀 흘려 얻은 풍성한 수확을 이웃과 함께 기뻐하며,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수확한 결실을 나누는 것이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결실의 계절이니만큼 이웃과 나누는 정, 또한 풍성했다.
그래서 한가위는 개인적인 노력, 그리고 개인적인 수확으로 자기 잇속을 차리고 그것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감사하고, 이웃에 고마워하며, 그 수확을 공동체가 함께 즐기고 누리는 기쁨과 감사의 때이다. 그것은 공동체의 명절이요 축제인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함께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한가위가 될 수 있도록 이웃을 돌아보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없는 이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더 큰 소외감과 좌절감을 주는 때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잃고 복지시설에서 명절을 지내는 아이들, 살기가 힘들고 사랑을 잃어버려 양로원에서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는 어르신들,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명절 지내기가 녹록하지 않은 실업자 가장들에게 명절은 삶의 무게를 더해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눈을 돌리고 우리가 받은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기 위해 마음을 쓴다면,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가 얻은 것은 우리 노력만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든 은총과 기쁨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것이며, 우리는 이에 감사하고, 받은 것을 이웃과 나누어야 한다.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마음은 그 수확을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을 잃었을 때 참된 감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번쯤이라도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한가위를 맞는 우리 민족에게 하는 하느님의 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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