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위장 낙태 남용 소지 많아”
모자보건법 개정의 필요성
오래전부터 가톨릭 교회는 모자보건법, 곧 가족 계획법 폐지내지는 개정을 위해 많은 활동과 운동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 가톨릭에서는 150여만명의 서명을 받아서 모자보건법 폐지(구체적으로는 모자보건법 14조, 일명 낙태 허용조항 삭제)를 위한 국회 입법청원을 한바 있다.
무엇보다도 모자보건법은 일종의 가족계획법이고, 그 가족 계획사업의 핵심은 태아 살해 곧 낙태의 정당화사유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모자보건법의 낙태허용과 관련된 모든 규정은 헌법 제10조 인간존엄에 위배되기 때문에 명백한 위헌이고, 합법적 태아 살인법이다. 곧,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사유가 있을 때, 전염성 질환이 있을 때, 강간 임신이나 혈족 또는 인척간의 임신일 때, 그리고 산모의 건강상의 사유가 있을 때, 의사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서 임신 후 28주 내에 인공임신 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모자보건법 제14조 1항, 동법시행령 제15조 1항).
우선 다섯 가지 정당화 사유는 그 자체가 이미 상당한 문제를 지니고 있고, 의사가 얼마든지 합법적 낙태를 위장할 수 있을 만큼 정당화 사유가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사실 강간임신이나 기형임신 등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현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낙태가 적극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다. 다시 말해서, 태어난 사람의 어려움이나 인격권 때문에 태어날 태아의 근원적인 생명을 외면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사회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임신 곧, 근친상간이나 혼인전의 임신,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에 있어서도, 부모나 당사자의 부주의로 인한 잘못된 결과를 태아에게 원인을 두고 일방적으로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침해이고 모독이며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이다.
그리고 우생학적 유전학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한다면 생명의 질을 위해 생명 자체를 희생시키는 결과가 되고, 의사의 오판에 의한 정상 태아의 살해는 물론 성감별에 의한 무차별 여아낙태 행위를 부채질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예외적으로 임신과 관련되지 않는 병이나 또는 자궁 외 임신으로 인해서 모체가 위태로울 경우 그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나 수술이 불가피하다면 이중결과의 원칙에 따라서 태아를 고의로 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모체를 살리기 위한 시술의 결과로 태아가 죽게 되는 경우는 정당하다.
모자보건법의 부당성 이유
모자보건법의 부당성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자 보건법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기본 법령으로서의 모자 보건법을 제정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1962년 이래 국가 정책상 필요하다고 인정된 인구정책과 산아제한의 일부인 임신중절 내지 낙태의 허용 한계를 허용하고 양성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유엔의 모자보건 자문위원회나 국제적으로 모자보건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보건사업의 내용과 대상은 가족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모성보건(임산부 보건), 영육아 보건, 학교보건, 신심장애자 보건, 어린이 복지를 위한 5단계 사업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모자 보건법은 임산부, 영육아에 대한 사업내용이 주로 다루어지고 있다.
셋째, 사회적 이유에서의 부당성이다. 모자 보건법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경우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및 인척간에 임신되는 경우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 보기에는 불행을 당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혜택보다는 남용의 위험이 더 많다. 왜냐하면 그 사실 여부를 일일이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낙태를 원하는 사람이면 언제든지 이 법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우생학적 이유에서의 부당성이다. 모자 보건법에 따르면 제3자인 의사가 당사자의 동의를 얻으면 낙태수술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아무리 말 못하는 어린 생명일지라도 제3자인 의사에 의해 그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박탈될 수는 없다. 따라서 통계적으로 확률이 높다 해서 개연성만 가지고 한 인간의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우리 가톨릭 교회에서는 낙태를 살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법과 계명에 위배되는 주요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낙태가 가능한 조건에 있어서도 산모의 생명에 극히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낙태 행위도 용인될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성 도덕의 문란 현상과 인간 생명 경시 풍조는 가톨릭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을 그저 상대적 가치 기준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가톨릭 교회의 이러한 생명 존중의 가르침을 극단적 보주주의적 성향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가톨릭 교회는 언제나 생명을 수호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외쳐왔다. 누가 뭐래든, 어떤 권력과 힘이 내리 누르든 교회는 언제나 변함없이 일관된 태도로 생명의 존엄을 지켜왔다. 그러나 세상은 이러한 교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생명의 존엄을 외치는 교회의 목소리를 무시해 온 것이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떤가?
오늘날 반생명적인 현 상황 속에서 보다 시급한 과제는 올바른 성윤리의 확립과 건전한 인간관계의 회복, 나아가서는 인간 생명이 지니는 존엄성에 대한 윤리 의식의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일 것이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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