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사랑 전하며 화해의 삶 살길”
전문-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한일 양국 여자 수도회 총원장 수녀들이 함께 모인 뜻깊은 자리에서 화해의 영성을 살도록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대주교는 9월 8일 충남 논산 씨튼 영성의 집에서 양국 여자 수도회 총원장 수녀들이 참례한 가운데 봉헌된 미사 강론을 통해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남을 자기같이 사랑한다면 그것이 사랑의 실천』이라면서 『수녀님들의 봉헌생활, 사도직 활동이 이웃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 화해를 촉진하는 삶을 살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피폭국 일본은 종전 후 새로운 헌법을 채택하고 1946년 11월 3일에 공포했습니다. 평화헌법 기초 당시 수상인 시데하라기쥬로(幣原喜重郞)는 그 후 만약 침략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비폭력, 불복종으로 저항할 것이라 대답했습니다(物語日本國憲法第9條, 伊藤成彦 1장). 인류역사의 새 장을 연 이 평화헌법은 일본인들의 장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8월 원폭투하 60주년을 맞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반핵 반전의 소리가 더 높았습니다. 올해 나가사키의 평화선언문은 이러했습니다: 『일본정부에 바랍니다. 우리는 자국이 일으킨 전쟁을 깊이 반성하고 정부로 인해 또다시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굳은 결의하에 헌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헌법의 평화이념을 준수하여 피폭국으로서 핵무기를 「불보유, 불개발, 불반입」하겠다는 비핵 삼원칙을 곧바로 법제화해야 합니다. 지금 관련국들이 노력하고 있는 비핵화와 일본의 비핵삼원칙을 결부시킴으로써 동북아시아의 비핵지대화를 이끌어내는 길이 열립니다. 「핵우산」에 의지하지 않는 자세를 보여 핵무기 폐기를 향한 지도적 역할을 다해주십시오』(2005, 8, 9. 長崎 市長 이토우 잇쵸우:伊藤一長).
나가이다까시(永井隆) 바울로는 사랑하는 아들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이것은 좋은 헌법이니 실행해야 한다. 자신이 지킬뿐 아니라 이것을 깨트리려고 하는 세력을 막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쟁의 참화를 깨달은 진정한 일본인의 목소리이다. 그러나 구실은 쉽게 붙일 수 있고, 여론은 어느 쪽으로든 따라가는 법이다. 일본을 둘러싼 국제정세 여하에 따라서는, 일본인 가운데서 헌법을 개정해 전쟁포기 조항을 삭제하라고 외치는 무리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주장이 자못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여론을 일본 재무장 쪽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이도시고요, 1949. p 208)고 경계하였습니다.
사실 세상의 논리로는 세계평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바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하느님의 도움없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일 장상이 함께 화해의 영성을 살기 위해서 모인 오늘은 마침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축일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으셨고 그래서 우리에게 구원이 주어지게 하신 것입니다. 구원이 하느님과 하나되어 사는 것이라면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하나되어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고 그것은 영이 이루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품으시고 낳으시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우리에게 그리스도가 오시게 하셨듯이 마리아를 닮은 수녀들은 이 세상 사람들을 영적인 삶으로 살아가게 하며, 또한 함께 하늘나라의 사람으로 살아가실 것입니다. 수녀님들은 침략도 보복도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수녀님과 함께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도 여기애인(如己愛人)하며 살 것입니다.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남을 자기같이 사랑한다면 그것이 사랑의 실천, 영의 생활, 영성생활이 아니겠습니까? 한일 수녀님들이 하나가 되려고 모여 함께 바치는 기도를 어여삐 보시고 기쁘게 받아들이시기를 하느님께 빕니다.
수녀님들의 봉헌생활, 사도직 활동이 이웃 사람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서 화해를 촉진하는 삶을 살게 하도록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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