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적 성교육이 우선 돼야”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육」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예방적 성교육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성의 의미와 가치, 생명의 신비를 올바르게 가르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육체의 의미 지나치게 강조
인간의 육체와 성의 의미를 재발견한 현대는 정신적이거나 영적인 가치를 멀리하는 반면에 인간 육체의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로써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기도 전에 왜곡된 성, 곧 쾌락적 도구로서의 성을 먼저 인식하게 되고, 그로인해서 여러 가지 성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올바른 성윤리의 확립이 없는 성윤리 질서의 문란은 낙태를 초래케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책임감 있는 사랑, 책임감 있는 자유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이러한 올바른 성윤리의 확립을 위한 교육과 더불어서 정신적이고, 영적이고 영원한 가치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져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물결 속에 정신문화를 계발하는 데는 소홀히 해 왔고, 그 결과로 문화지체 현상이 심각하다.
셋째,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인간관계의 회복과 인간생명이 지니는 존엄성에 대한 윤리의식의 회복이 시급하다. 사실 현실적으로 볼 때,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는 사회 경제적 이유와 기득권을 가진 인간들의 이기적인 이유로 자행되고 있다. 따라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윤리의식의 회복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우리 인간 공동체는 이타적인 사랑의 유대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넷째, 권리인식에 대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곧, 자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절대적 권리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낙태가 서스럼 없이 자행되고 있다. 만약 어떤 여성이 자신의 몸 안에서 숨 쉬고 있는 태아를 몸에 붙어 있는 신체의 일부로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불필요한 세포 덩어리 같이 생각한다면 이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위험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생명의 권리에 있어서는 우리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존중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다. 또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상호 보조적 성격을 띠고 있고, 서로 존중해야하고 봉사해야할 의무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이 밖에도 덧붙여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함께 현실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보호대책이 국가 정책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장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어려운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의 전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함께 그 짐을 져야한다. 그래서 교회도 강간 및 기형임신 등의 어려운 여건에 처해져 있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서 상담소를 비롯해서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인 장치가 시급하다. 또한 이러한 제도적 장치 내지는 보호대책과 병행해서 입양문제(입양사업)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낙태와 피임의 근본문제는 무엇보다도 성관계, 성행위에 임하는 남녀의 도덕적 의식과 자기 존중감의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임신이 되어 낙태를 하게 될 상황을 예견하면서도 성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충동과 본능이라면, 성을 사회적 구성체로 진단하는 입장과 상치될 수밖에는 없다.
어쨌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성적 무지를 극복해서 인간존엄성이 지켜지는 성문화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지, 충분히 악용될 수 있는 낙태와 피임을 여성권리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생명은 그 자체로 수호되어야 하는 것이지, 무엇을 위해서 희생될 수 있다는 논리는 현 사회구조의 모순을 양산하는 근원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만약,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라는 허용의 근거가 마련된다면, 이러한 근거는 언제든지 생명을 상하게 하는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것과 방법론적인 것이 결코 혼동되어서는 안 될 것이고, 채택되는 방법론이 근본을 손상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결코 가장 존엄한 인간생명 앞에, 숭고한 인간생명을 담보로 그 무엇과도 타협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법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인간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타협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감 있는 사랑, 책임감 있는 자유를 통해서 하루빨리 우리사회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죽음의 문화를 몰아내고 생명의 문화가 정착되어서 아름다운 생명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 이다. 끝으로 슈바이처 박사가 남기신 말씀을 되새겨 보고 싶다. “현대는 사상에서 지식을 분리시켜 자유로운 과학이 되었으나, 반성하는 과학에서는 멀어져 가고 있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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