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 기다려지던 시간들 중 하나는 축제였습니다. 외부에 신학교가 개방되고 금녀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신학교에서 자매들과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시간 역시 그 때였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자매들이 “학사님들은 천사 같아요”라고 말을 할 때면, 마치도 나에게만 한정된 말처럼 왠지 모를 우쭐함에 기세가 등등해지기도 했습니다. 신학생 친구들 누구를 보아도 천사 같은 놈(?)은 없었는데, ‘천사 같다’고 했으니 그 칭찬은 당연히 내 몫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그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성당은 터미널에서 장사하는 상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자들은 바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아침에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성당에 모여 성무일도를 바치고 상점 문을 엽니다. 하느님께 하루를 의탁하며 시작하는 그분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으면 기도하는 사람의 뒷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그 옛날 자매들이 본 모습처럼 말입니다.
사람의 손 중에 가장 아름다운 손은 일하는 손이고 기도하는 손입니다. 비싼 화장품을 바른 고운 손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누군가를 위해 묵주를 들고 있는 손이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는 생각을 사제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뒷동산을 산책하다 묵주 든 손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행복해집니다. 묵주기도 성월이면서 전교의 달인 10월이 다 가기 전에 떨어지는 낙엽 속으로 묵주를 들고 걸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만큼이나 은총이 우리들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권철호 신부(서울 고속버스 터미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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