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장남으로서 이것저것 신경을 썼는데 당연하다는 듯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는 동생의 행동에 그만 밴댕이 속 알 딱지가 고개를 쳐들고 말았다.
그래서 원래 계획은 동생 신혼여행 숙소를 꽃으로 도배하고 근사한 와인 한 병을 선물하는 것이었는데, 대폭 삭감(?)해 꽃 한 다발과 와인 한 병으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가진 사람은 더 갖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것마저 빼앗기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세상사에서도 통하는 이치임을 깨달았다.
상인들에게는 나름대로의 불문율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불경기에도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을 삼가하라’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될수록 환하게 웃고 밝은 미소와 감사의 마음을 지닐 때, 손님이 다시 찾는다는 이치는 삶의 지혜이고 경험의 지혜이다. 불경기에도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여전히 잘 되고 경기가 좋을 때도 장사가 되지 않는 집은 파리만 날리는 경우가 많다.
장사가 잘 되는 집은 물건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주인 얼굴이 늘 밝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손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할 때 손님도 다시 그 집을 찾게 되는 것이다.
세상 탓을 많이 한다. 하지만 세상 탓하기 전에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것이 먼저이다. 가진 사람이 더 갖는 이치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만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던 일이 안 된다고 생각될 때 제일 먼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은 바로 삶의 태도이다.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밝은 마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지나치던 마음마저도 붙들어 매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권철호 신부(고속버스터미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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