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의 세계줄기세포 연구 허브 건립을 계기로 한 저명 작가가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한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한 내용이 매우 흥미롭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플로츠는 그 가장 큰 원인을 우리나라에서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이 없다는 점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에 수많은 종교인들이 있고, 종교의 영향력도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보다는 인권, 사회정의, 경제개발 등 보다 실용적인 이슈에 매달린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 전체가 모두 동의할만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생명윤리에 대한 본격적이고 진지하며, 성실한 논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만은 충분히 귀를 기울일만한 것으로 보인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대의사 표명이 이어지면서 생명윤리 논쟁은 바야흐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수준과 격조는 매우 일천하며, 한마디로 생명윤리를 둘러싼 담론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의 발목을 잡는 윤리 논쟁은 이제 넘어서야 할 사안이라고까지 강변하고 있다. 즉 이제는 배아가 인간 생명이냐 아니냐의 원론적 논쟁은 무의미하며, 남은 것은 난자 매매, 여성 인권 보호 등 제반의 법 체제 및 규정의 엄정한 적용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본질을 흐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뜻을 표시하며, 생명윤리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좀더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논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불가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바른 생명윤리 논쟁을 위해서는 모든 과학적, 법적, 국가 정책적 정보가 완전하고 투명하게 공개되고 논의돼야 한다. 지금까지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연구 기금과 절차 등에 대한 의혹들은 완전히 해명되지 않고 있으며, 과학 및 의학적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서도 찬반의 토론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전혀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윤리헌장 등을 제정하는 것은 여론을 호도하고, 반대를 무마하려는 기만적인 행위이다. 생명윤리 논쟁이 종교계의 전유물이 아니라, 과학자와 의학자들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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