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큰 병에 걸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만 했던 시한부 인생을 선언 받은 분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아침 햇살이, 영롱하게 빛나는 투명한 이슬이,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그저 흔하게 보던 꽃 한 송이가 새롭게 다가오더라는 말이었습니다.
일상, 흔하게 주어지던 일상이 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늘 함께 했던 가족들의 모습이 더 할 수 없이 고맙고, 고되게만 느껴졌던 일터가 삶의 충만함을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이별을 앞두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괴테는 이별할 때 비로소 그 동안 침묵했던 아름답고 충만한 순간을 제대로 감지한다고 했습니다. 이별이 없었다면 결코 들을 수 없었던 언어들, 이별이 없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 함께 했음을 깨닫는 것은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때를 알고 돌아서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 우리들은 소중한 많은 것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보고도 보지 못하며 그 귀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비로소 이별을 준비할 때 우리들은 나와 더불어 함께 했던 그 모든 것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참 소중한 삶, 참 고마운 삶, 참 귀한 삶은 그래서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가치를 드러냅니다.
오늘도 무병장수를 꿈꾸는 많은 분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참된 삶은 육체의 생명 연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그 모든 것들의 침묵의 소리를 귀 기우려 듣는 것입니다. 말없이 함께 있었던 이들의 소리를 듣는 것, 그 귀한 소리를 경청할 수 있을 때 우리들은 비로소 영원한 생명의 바다인 그 분의 품에 안길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은 생명이고 생명은 나와 더불어 속삭이기를 원하며 그 속삭임이 영원을 향한 다리를 놓는 것임을 이 위령성월에는 모든 이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권철호 신부(고속버스터미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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