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평신도 주일을 맞아 한국교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평신도로서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깨닫고 그 실천을 위한 노력에 투신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친교의 교회, 참여하는 교회상은 성직자와 수도자뿐만 아니라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거룩하게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임을 가르치고 있다. 포도나무에 붙어있는 가지로서 평신도는 신앙적 성숙을 통해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음으로써, 주님께서 부여해주신 은총을 열배 백배 더 풍요롭게 가꿔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다.
평신도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도직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사도직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하며, 그렇게 깨달은 바를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의 가르침과 복음 말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워 익히려는 자세가 끊임없이 요구된다.
하지만 오늘날 평신도가 자신의 소명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배워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는 적지 않은 반성의 여지가 있다.
고도의 전문성과 지식을 요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배움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감에서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재교육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인 우리는 과연 영적인 전문성의 제고를 위해서, 참된 복음의 진리를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신자들은 예비신자 교리 때 받았던 교리교육이 신앙생활에서 얻은 최초이자 마지막 자양분인 경우가 많다. 세속의 일들을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리스도인으로서 헌신하기 위한 배움에는 너무나 소극적이다.
오늘날 교회는 수많은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이 도전들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교묘하고 광범위하며, 근본적이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해서 그것을 극복하고 참된 복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신도 스스로가 깨어나야 한다. 깨어남을 위해서는 배움이 필요하다. 헌신적인 배움의 노력이 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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