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격적인 형태의 출산”
인공수정(Artifical Insemination)이란 문자 그대로 이해할 때 자연적인 성교로 이루어지는 자연수정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또한 인공수정은 그것이 어떠한 방법이든지 관계없이 자연적인 성교 행위가 아닌 인위적 조작(Manipulation)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수정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좀 더 넓은 의미로 볼 때 자연 성교를 도와주는 보조적 수단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되며, 후대의 진보한 의학 기술의 부산물인 체외수정도 인공수정의 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은 수정되는 장소에 따라 크게 체내수정(In Vivo Fertilization)과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으로 구분된다. 체내수정은 성교 행위의 유무에 따라 성교 행위 안에서의 보조수정과 성교 행위 밖에서의 인공수정으로 구분된다. 성교 행위 밖에서의 인공수정이란 정액의 출처에 따라 또다시 비배우자간 인공수정(Artifical Insemination by Donor : A.I.D.)과 배우자간 인공수정(Artifical Insemination by Hom ologous : A.I.H.)으로 나뉜다.
체외수정은 체내수정과는 달리 체외에서 더욱 적극적인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특히 여성의 자궁 이상으로 수정란의 자궁 내 착상이 불가능한 경우,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대리모 수정 형태가 있고, 체외에서 수정된 수정란의 상실을 최소화하고 인공수정의 확실성을 높이고자 개발된, 이른바 복제 인간의 문제를 야기하는 수정란 증식 형태를 사용하는 인공수정 방법도 있다.
인공수정의 과정에서 보이는 조작의 형태는 무엇보다도 인간 배아에 대한 인위적 조작, 곧 기술적 조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공수정을 통한 인공출산은 무엇보다도 비인격적인 형태로서의 인간생명 출산을 의미한다. 그러한 행위는 마치 인간생명을 물건 생산하듯 취급하는 것으로, 이는 분명 부부 상호 간의 인격적 자기 증여와는 대립되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인공수정을 통한 인간 생명의 출산에서는 인간 본성의 신원과 생동하는 임신의 인격적 품위를 전혀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룩한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는 무엇보다도 그들 행위의 배타성과 일체성 안에서 부부애, 부부사랑에서 보여 지는 일치의 의미, 그리고 출산의 의미를 함께 실현하면서 상호 간의 자기 증여의 삶을 살아간다. 이는 두 개의 의미에서 나오는 하나의 징표인 것이다. 따라서 모든 출산 행위는 혼인 안에서 일어나야 하며 남편과 아내 사이의 정상적인 부부 행위의 결과이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교회는 배우자간이든 비배우자간이든 체외수정을 일관성 있게 분명히 부정하고 있다.
특히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은 혼인의 일치와 부부의 권위, 그리고 부모에게 합당한 올바른 사명에 위배됨은 물론 혼인 안에서 임신되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세상에 나오도록 부여받은 태아의 권리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이다. 이러한 방법은 태아들의 권리, 곧 부모 자식 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박탈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태아의 인격적인 주체로서의 성숙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또한 교회는 체외수정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는 ‘대리모’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대리모는 모성적 사랑의 의무와 부부간의 정절, 그리고 책임 있는 모성으로서의 의무를 객관적으로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이러한 행위는 아이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동시에 가정에도 피해를 주어 가족의 구성단위인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요소의 분열을 초래한다.”(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어쨌든 교회가 인공수정과 체외수정들의 인공적인 출산 기술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간 생활 안에서의 인간성에 대한 인식, 인간 존재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의미, 성적인 인간 조건, 그리고 전·후 세대 간의 관계가 무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회칙 ‘인간 생명’에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교회는 어떠한 부부 행위이든지 인간 생명을 출산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교회의 교도권이 가끔 설명해 온 이런 교리는 일치의 의의와 출산의 의의를 결부시키는 불가분의 연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가지 의의는 모두 부부 행위 속에 내포되어 있으며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것이므로 인간이 고의로 이것을 파괴할 수는 없다.”(11~12항 참조)
인간 생명에 대한 인위적 조작(인공수정과 인공출산)에 대한 윤리성 평가의 출발점은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무상의 선물이자 은총이라는 점에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하느님께 생명의 선물을 받은 인간은 생명의 근본적 소유자가 아니라, 단지 그 생명의 관리자일 뿐이다. 나아가 인간 생명은 인간의 전체성(육체와 정신이 통합된 존재) 안에서 그 가치가 평가되는 것이지 단순히 생물학적 필요성만을 절대화시켜서 평가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 공동체’에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선물이다. 그리고 부부 사랑은 한 몸이 되게 하는 상호 인식으로 부부를 이끌어 가지만 부부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부부 사랑은 그들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을 갖게 하며, 부부는 새로운 인간에게 생명을 전달하기 때문에 하느님의 협력자가 된다. 이렇게 해서 부부는 서로에게 자신을 주면서도 자신들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녀도 주는 것이다.”
부모에게 자녀는 부부 사랑의 표상이며, 부부 일치의 징표이다. 또한 자녀는 부부 상호 간의 완전한 자기 봉헌의 산 증거이다. 이렇듯 자녀는 부모와의 본질적인 관계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녀를 가지겠다는 부모의 욕심이 결코 모든 윤리적 질서를 넘어설 수는 없으며, 나아가 그 질서를 무너뜨릴 수도 없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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