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많아 졌고 의사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현대 의학으로 어쩔 수 없는 불치병이 있습니다. 이런 불치병에 걸린 분들이 찾는 것이 민간요법이고 대체 의학입니다.
그 중 바른 걸음 걸이로 병을 고치는 분에 대해 들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 말에 따르면 일자로 걷고 멀리 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오장육부에 생긴 나쁜 병들이 제자리를 찾고 회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자신도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치유되었고 많은 분들이 이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모든 불치병이 다 치유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바른 걸음 걸이를 흉내 내보면서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걷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게 된 걸음은 목적지를 향한 불편한 이동 수단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른 걸음 걸이로 걸어보면서 걷는 것의 소중함과 걷는 것의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의식하면서 걷는 걸음은 왠지 마음을 편하게 했고 멀리 시선을 향하는 것을 통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조급함에서 해방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은 이런 사소한 즐거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기쁨과 즐거움이 망각했을 때 삶은 병들어 가고 생활은 무거운 짐이 될 뿐입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기본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활의 기본은 먹고 자고 걸으며 사랑하는 이들과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비 내린 거리는 온통 낙엽으로 뒤 덮여 있습니다. 계절의 마지막 선물인 듯 쏟아지는 그 낙엽 속으로 오늘은 그렇게 천천히 걸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동을 목적으로 한 걸음이 아닌 걸음 자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권철호 신부 (고속버스터미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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