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범교회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명윤리 문제가 갖고 있는 시급성과 중대성, 그리고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야기되는 윤리적인 문제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교회의 입장은 충분히 준비되고 연구 분석되어 통일성과 일관성 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선 그러하다.
교회의 인간 생명 수호 노력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방법론과 사안에 대한 대처의 수준과 범위에 있어서는 생명운동의 주체마다 의견을 달리 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각 사안에 대한 한국 교회 전체의 의견이 충분히 조율, 조정되고 중복을 피하며,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교회내 생명운동 주체들이 적절한 연대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교회내 생명운동 역량이 총결집되어 교회 안팎에 가장 효과적으로 생명의 존엄성 수호 노력이 경주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교회 안의 생명운동이 전개된 경과를 살펴보면, 산발적이고 각개전투적인 노력만으로는 반생명적인 사회 현상과 세력들에 대해서 결코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악법으로 지목돼 헌법소원이 제기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제정 과정을 보더라도 교회가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그 이유의 하나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의 생명운동 역량이 투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생명적인 현상과 조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 각 교구의 조직이나 기구, 소수의 전문가나 사목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구와 본당, 나아가 모든 신자들이 참여하는 생명운동의 총체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일부 교구에서 설립되고 있는 교구 차원의 생명운동 기구들이 서로 긴밀한 연대와 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교구 이하 조직, 즉 각 일선 본당에서도 유관 조직이 설치돼야 하며, 시민단체 및 타 종교단체들과도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
특별히 조직력과 일사분란한 운동이 가능한 가톨릭 교회의 특성을 잘 살리기 위해서, 주교단 전체의 생명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주교회의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돼야 한다.
생명운동은 시대적 요청이다. 이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할 소명은 그리스도인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소명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이끌어야 할 역할과 책임은 누구보다도 한국교회 주교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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