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일까. 우리가 부모라는 생각만으로 일방적으로 퍼부어주는 사랑이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훗날 그 사랑의 결과가 사랑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이와 관련, 마침 반가운 글 하나를 받았다. 그것은 가톨릭계 대안(代案)학교인 청주 양업고등학교의 윤병훈 교장신부님으로부터 온 편지다. 그런데 그 내용이 교장신부님께서 직접 학교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들로 교육적 함의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자녀를 아끼는 모든 부모들과 함께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강론(講論)이라 여겨져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오랫동안 학생들과 지내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를 이 학교에 맡기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수없이 한다. 그런데 끝내 성공하지 못하고 시작하기가 무섭게 자녀들을 데리고 가 빈 자리로 남겨진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은 검정고시를 택한다. 그것도 자녀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떠난 학생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부모의 결정이 결코 잘 된 것은 아니다. 나는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묻는다. “자네, 이 학교를 떠나기를 원하는가?”, “아닙니다, 저는 남고 싶은데 아버지 생각이 너무나 완고하셔서요.” 입학할 당시 자기 자식 사람 만들어 달라며 신신 당부를 하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끝까지 남은 학생들의 몫이다. 졸업하는 날,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찾아와 허송세월을 한 자신을 후회하며 졸업하는 동료를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나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비난할 뜻은 없다. 단지 그 사랑이 너무 지나쳐서 맹목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한 부모가 학기 중간에 자녀를 맡기고 갔다. 학교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학생을 책임지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부모가 다시 찾아와서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일반학교에서 이 학교로 전학을 온 것이 얼마 안 되었는데 또 전학을 가겠다는 것이다. 너무도 완고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이 채 안되어 또다시 이곳으로 전학을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그 어머니에게 전학 간 통지서에 아직 잉크도 안 말랐다고 말했다. 자녀를 놓고 언제까지 이렇게 흔들어댈 것인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음은 물론이다.
자녀교육은 어른들의 장난이 아니다. 어른들은 자녀교육에 보다 더 진지해야 하며 견고하리 만큼 진실된 중심이 있어야 한다. 자녀 사랑이 지나쳐서 과잉보호를 한다면 끝내 자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심을 잃어버리게 된다. 부모가 자녀문제에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으면 자녀도 빠르게 중심을 잡게 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자녀를 그르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자녀들에 대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들을 부모의 뜻대로 좌지우지하려 한다. 그 결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사회적 역할은 물론 독립적인 생활조차 꾸리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지적되었듯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쳐 오히려 자녀들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현명한 사랑, 절제된 사랑을 베풀어 보자.
한병선(요셉.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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