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주일 낮 도림동본당 70주년 기념 이웃사랑 바자가 열렸다. 나는 천주교 문화예술 인회 회장으로서 연예인들 10여명과 함께 축하 출연을 했다.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고 연예인들을 소개하면서 사회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을 가졌다.
도림동본당은 태어나 철이 들때까지 다니던 본당이라 개구쟁이 시절의 친구들도 많아 환담을 하던중 나이 70이 다 되가는 어린 시절의 친구가 대뜸 “어이 자네 미친 놈이 었던거 알아?”하는 것이 아닌가.
태어날 때부터 옹기장이 집안의 자식이라 태중 교우이고 아침 저녁 조과 만과를 의무적으로 바치며 자랐지만, 청소년 시절 사춘기 반항의식이 싹터 성당 근처를 의식적으로 피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50년대 후반 도림동성당은 창고형이었는데 외국 신부님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신축하게 되었다. 새 성당은 지붕 꼭대기 모서리 돌출부에 예수님이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최초(?)의 외국풍 성당이다.
신축 당시 그 지역은 산소들이 많았던 지역이라 무덤을 장식하는 망부석이나 조각품들도 많았다.
어느날 냉담하다시피 하던 내가 성당 언덕을 오르는 순간 “내 앞에 선행자(先行者)를 깨 부수어라”하는 소리가 수차례 귓가에 맴도는 것이 아닌가. 뒤돌아 보고 두리번 거리면서 저녁 미사를 드리던 나는 어느 순간 뛰쳐 나와 사제관에 있던 큰 망치를 들고 성당 입구에 있던 망부석을 수차례 힘껏 내리 쳐 부서뜨리고는 힘에 부쳐 집으로 돌아와 이삼일 아파 앓아 눕고 말았다.
건방지게 예수님 바로 앞에 망부석이라니….
그리고 40여년….
무덤의 후손들이 신부님과 회장을 찾아 “망부석을 물어내라.” “원상 복구하라.” 난리를 친건 불보듯 뻔한 일. 어릴때 그 친구는 그랬단다. “망부석을 깬 놈은 미친놈이었소.”
박경득 (사도 요한·천주교 문화예술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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