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를 거센 논쟁으로 몰고 있는 황우석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인간의 도덕과 윤리는 결코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구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황우석 박사 연구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문제들, 즉 난자 획득 과정에서의 난자 매매와 연구원의 난자 기증 문제는 그 자체로서 매우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더욱이 연구자가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려고 했다는 점은 과학자와 그 연구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하는 결정적인 잘못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란을 지켜보면, 다분히 고의성이 깔려 있는 가운데 사안의 본질과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사안은 그 자체로 윤리적인 문제에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질병 퇴치라는 명분으로 진행하고 있는 연구이지만 그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방법이 동원됐다는 것이고 거짓을 말함으로써 진리를 탐구하는 과학자의 자세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논쟁의 양상은 일부 언론이 적절하게 지적하듯이 맹목적 애국주의에 휩싸인 신드롬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약간의 잘못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의 일이고, 국가적 이익을 위해서 이러한 약간의 윤리적인 실수는 덮어두고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 뜻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그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도 좋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대는 국익이고 과학의 발전이며, 소는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윤리적 규범이다.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윤리적 고려는 최소한의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하나는 대와 소의 역전이다. 인간의 윤리는 사회와 국가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더 큰 목적이자 개념이다. 몇 가지 질병의 퇴치 방법이 발견된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 사회 안에서 미미한 존재가 지닌 생명의 존엄성을 소홀히 여겨도 좋다는 극단적인 실용주의가 팽배한다면 그 사회는 멸망의 길로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질병 퇴치의 대안이 될지도 불확실하며, 오히려 과학적으로 더 확실한 대안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오류는 과연 윤리적 규범들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도 부분적으로 드러나듯이 이른바 윤리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무시할 때, 그것이 과연 세계화된 오늘날의 지구촌에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진정으로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를 아낀다면 오히려 철저하게 투명한 과정을 통해서 국제 사회의 객관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안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는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크게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언론이 황우석 박사 연구진의 윤리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이다. 다행스럽게도 논란의 와중에 일부 언론과 뜻 있는 이들은 황우석 신드롬이 보여주는 비이성적인 태도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는 MBC PD 수첩이 이번 사안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견지해준 것에 대해서 지지하는 바이다. PD 수첩 제작진의 취재 과정상의 관행과 자세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지만, 우리는 몇 가지 흠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다가가려는 제작진의 자세에 대해 동의하는 바이다.
네티즌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이러한 보도 태도에 대해 큰 반감을 표시하며 때로는 비이성적인 언행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방적인 의사 표시에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여기에는 대다수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편향된 보도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과학적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줄기세포 연구 보도에 있어서 대다수 국민들은 이에 대한 정보와 입장을 언론으로부터 거의 전적으로 제공받는다. 따라서 언론의 접근법은 독자들의 판단에 크게 기여한다. 여기에서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가 요청된다.
이제 문제의 해법은 한 가지이다. 과오를 덮고 그냥 가자라는 주장은 흔한 말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될’ 일을 야기한다. 남은 일은 철저하게 이 연구가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들을 재조사하고 규명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제외한 제3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구를 통해서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서 있을 수 있는 모든 윤리적인 문제들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재검토는 원점에까지, 즉 배아의 생명권에 대한 문제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해법은 찾을 수 없다. 근본적인 윤리 문제, 하나의 생명으로서 인간 존재의 권리를 박탈하는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실험과 연구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잘못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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