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여성인권 존재하나?”
며칠전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위한 난자 제공 문제와 관련해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황우석 교수는 침통한 표정으로 울먹이면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그가 왜 국민 앞에 사과했을까? 대한민국의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던 그가 왜 침울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했을까?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놀랐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무슨 영문인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의 대스타였던 그가, 노벨상을 주어야 한다고 언론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가톨릭교회에서는 생명인 인간배아를 파괴시키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수차례에 걸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가톨릭교회는 물론 인간배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는 생명공학자들과 윤리학계에서는 배아줄기세포 배양을 위한 난자 제공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왔었다. 아무리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라는 좋은 목적이라 하더라도 초기 인간생명을 죽이는 연구와 그리고 여성의 인격을 짓밟는 난자 채취, 곧 호르몬 주사를 통한 난소로부터의 난자 채취는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또한 과학자들이 금기시하는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팀에게 의혹을 밝히라고 수차례 요구해 왔었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언론의 힘에 떠밀려 오히려 가톨릭과 윤리학계는 과학을 발목잡고 있다는 맹비난을 받아왔었다. 나아가 언론은 국민들의 여론을 이용해 연구원 난자 제공에 대한 증거도 없이 가톨릭과 윤리학계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을 흠집 낸다고 비판하였다.
더군다나 이러한 여러 가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팀은 터무니없는 사실이라고 일관해 왔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해 왔었다.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하였다. 정부 또한 그러한 우려와 의혹제기를 잠재우듯 ‘황우석 교수 밀어주기’식으로 막대한 연구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국가생명윤리심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의혹제기에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제럴드 섀튼 교수와의 결별과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의 줄기세포연구용 난자채취 과정에서의 보상 지급, 그리고 두 명의 여성 연구원으로부터의 난자제공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제까지의 우려와 의혹이 기증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따라서 그동안 수많은 의혹과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와 연구팀은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해 온 것이다. 심지어 황우석 교수는 이러한 의혹에 대해 미국의 유명 생명과학 잡지인 네이쳐지에도 거짓으로 답변하였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거짓말을 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진실은 덮어 두고 거짓 증언을 한 것이다. 과학자의 양심을 팔아먹은 것이다. 또한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팀에게 찬양일변도로 일관했던 정부와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비단 자신들만이 아니라 국민들도 속여 온 셈이 된 것이다.
이러한 비양심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는 그 동안 문제점을 제기해 온 종교계와 윤리학계 나아가 모든 국민들을 우롱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묻고 싶다. 생명과학자의 윤리, 곧 ‘정직성’(research integrity)은 존재하는가? 라고.
또 한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난자 채취 과정의 문제이다. 최근 난자매매와 여성 연구원의 난자 제공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일부 여성들이 스스로 난자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난자를 이미 제공한 여성들과 앞으로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들이 난자 채취 과정과 그 부작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지하는 바와 같이 독일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에서는 호르몬 투여를 통한 난자 채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왜 그럴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여성의 인권 내지는 인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여성의 난소로부터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배란 촉진 호르몬 주사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한 달에 한번 그러니까 배란시기에 단 하나의 난자를 생성한다.
그런데 배란 촉진 호르몬을 통한 난자 채취는 한꺼번에 많게는 수 십 개의 난자를 채취한다. 그리고 난자 채취의 고통 때문에 회복기간은 적어도 15일이 소요된다. 또한 회복된 후에라도 그 후유증과 부작용은 금방 드러나지 않아 미래를 예측할 수가 없다. 결국 난자 채취로 인한 부작용에 있어서는 정신적 후유증과 더불어 합병증이나 불임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될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지난 22일 난자 제공 등에 대한 세부적인 법적 기준을 시급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난자를 제공할 경우 교통비와 약간의 실비 정도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거대한 암초에 부딪친 황우석 교수 연구팀을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결코 인간배아를 인간생명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규정과 법을 만들겠다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래도 되는 건가? 이렇게 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는 인간의 생명권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아가 여성의 인권 또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끝으로, 이러한 상황들 속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생명과학의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과 핵심은 배아의 생명권이라는 점이다. 인간배아가 결코 세포가 아니라 인간생명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배아줄기 세포 연구는 연약한 인간생명을 죽이는 행위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팀은 보다 더 겸허한 자세로 양심과 도덕의 목소리에 충실해 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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