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정 없다고 잘못아니다?”
옛말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자기가 저지른 일의 과보(果報)를 자기 자신이 받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행한 것은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말이다.
자업자득 사필귀정
그래서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깊이 생각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삶에 있어서나 공동선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나아가 결정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에는 몇 번 아니라 몇 십번 몇 백번이고 신중하게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충고나 목소리에도 겸허한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매매난자 사용 의혹문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파문이 거세게 일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 박사가 난자출처 과정을 문제 삼아 황우석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하였고, 며칠 전에는 노성일 미즈메디 병원 이사장이 결국 줄기세포 연구용 난자 채취과정에서 보상금을 지급한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윤리성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세계가 경악
노성일 이사장은 그저 난자 채취에 따른 기증자의 희생에 ‘개인적’으로 보상해 주었을 뿐이라고 하였지만, 황우석 교수팀의 초기 연구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노성일 이사장이 황우석 교수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명공학 잡지인 미국의 네이쳐지와 섀튼 박사는 과학자들이 금기시하는 소속 연구원의 난자를 연구에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전 세계 생명공학계와 윤리학계 그리고 종교계가 경악하고 있는 것이다.
제럴드 섀튼 박사는 난자 채취 적법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혹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황우석 박사 연구팀에 소속된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혹시 불법 거래된 난자가 연구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리고 셋째는, 이 연구를 승인한 기관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 : 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얼마나 충실한 심의를 했는가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혹들은 이 연구를 승인한 IRB의 심의자료를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확인해야 할 것은 난자의 제공이 완전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동의서나 설명문에 과배란과 난자 채취 과정의 부작용과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IRB에서는 심의자료를 공개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전혀 하자가 없다면 왜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는가? 자료공개를 꺼리는 것을 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난자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배란 촉진 호르몬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난자를 제공한 여성이 회복하기 까지는 적어도 15일이 걸린다. 난자를 많이 채취하기 위해 과배란을 시키면 적어도 여성의 10~15%가 부작용을 일으킨다.
목숨건 난자제공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부작용이란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서 이야기하는 단순한 합병증만이 아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나 내과 전문의라면 호르몬 투여를 통한 난자 채취 과정에서 불임이나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서는 난자를 제공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이러한 치명적인 부작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과연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이 이러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알고나 있었을까? 알았다면 과연 자신의 난자를 제공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
다른 나라들에서는 난자 채취가 여성의 인격을 침해한다는 분명한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난자 채취와 관련된 명시화된 생명윤리법이나 윤리규정 조차도 없다. 그런데도 명시화된 윤리법이나 규정이 없다고 난자 채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이지 한심한 노릇이다.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 묻고 싶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당연히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해서 황우석 교수 연구팀과 의견을 달리하는 생명공학계는 물론 윤리학계와 종교계에서 이미 문제점을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그러한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듣기는커녕 오히려 윤리학계와 종교계가 윤리적 문제로 과학을 발목 잡는다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는 언론을 통해 마치 윤리학계와 종교계가 난치병 치료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하기도 하였다. 인간배아의 생명권이나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난자 채취의 윤리적 적법성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진실을 가린 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정부 언론도 책임
이 문제는 단순히 황우석 교수 연구팀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황우석 교수 연구팀뿐만 아니라 정부와 언론도 윤리학계와 종교계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무작정 힘을 보태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연구팀은 물론 정부나 언론도 분명 이러한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책임은커녕 그들이 연구하고자 하는 반생명적인 실험을 결코 중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또다시 과학자와 정부와 언론의 힘을 빌어서 또 다른 변명과 술수를 내 놓을 것이다.
끝으로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난치병 치료라는 그럴듯한 간판을 내세우고 국민들을 현혹하는 사람들, 그래서 배아를 인간생명이 아닌 세포라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에게 꼭 한마디 하고 싶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대로 돌아간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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