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새해 첫주일 문화 예술인 미사 후 명동성당 사목회 지하실에서 신년 하례식을 겸해 지도 신부님이 마련한 떡국 잔치가 있었다.
오랜 만에 만나는 형제자매들이기도 했거니와 같은 분야에 종사하면서 신자로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어 반가움이 넘치는 자리였다. 먹거리를 나누며 흥겨웠고 덕담이 오고 갔다. 그런데 그날 자리에서나 이후 4월 3일 문화예술인교우회 사무실 축복식 때나 똑같이 나오는 말들이 있었다.
바로 교우회의 목표와 취지였다. 교우회 진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붉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사람,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듣기도 말하기도 싫다는 사람 등 여러가지 반응이 나타난다.
형제 중에 어떤 분은 “교구 차원의 지원도 없고 사무실 재정도 약한 데 뭐하러 모이느냐, 각자 본당에서 봉사하기도 바쁘다, 막말로 교우회에서 해주는 것이 무엇이냐? 먹을 알이 있어야 나올 것 아니냐?”
어떤 자매는 “개신교는 교회 차원에서 모임과 극단 등을 조직하고 지원해 전국 순회공연은 물론 해외 공연도 하며 활발하게 움직이는데 우리는 어때요? 몇 년전에도 ‘성 대건 안드레아’와 ‘황사영 백서’ 등 여러 작품을 공연했지만 교구나 본당에서 지원과 관심이 있었습니까? 관객 동원에 도움을 주었습니까? 천주교 연예인들은 먹을 알이 없어요.”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또는 가톨릭적인 작품이라도 무대서 잘못 표현되거나, 가톨릭 극단 하나 설립하지 못하는 자괴감에 어쩔줄 모를 때가 있다.
듣다 못한 어느 임원의 대꾸가 더 짜증스럽다.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내주시고 모든 것을 베푸시는 하느님보다 더 큰 먹을 알이 어디 또 있어?”
박경득(사도 요한.천주교 문화예술교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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