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존귀하신 분이시면서도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우리는 참으로 커다란 은총을 선사받은 사람들입니다. 해마다 맞이하는 성탄이지만 매번 우리는 번번이 가장 큰 기쁨과 환희에 가득 차 구세주의 강생을 체험합니다.
아무리 세상에 절망하고 좌절과 실의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다고 해도 오로지 사랑으로 당신 백성과 온 인류를 구원하러 이 땅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결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기 예수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며 은총입니다.
더군다나 성탄은 가난하고 나약한 이들에게 더욱 큰 기쁨이며 위로입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스스로 가장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우리 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그렇게 보잘 것 없는 존재로 태어나셨지만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가장 영광스럽고 위대한 존재로서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힘입어 어떤 어려움과 곤경 속에서도 구원과 부활의 꺼지지 않는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있으며, 나약함 속에서 오히려 강함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의 위대함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현실 삶의 상황과 그 속에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세속화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이제 종교 없이도, 하느님 없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살아갑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만 자선과 나눔의 가치와 의미는 더욱 퇴색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경제 발전의 뒤안에 서 있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과 낯선 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등 아직도 우리 곁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의학과 과학의 발전이 인간을 이롭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가장 미약한 존재이고 자기 자신을 방어할 최소한의 힘도 갖고 있지 못한 어린 생명을 살해하는데 악용되는 통탄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그런 속에서 과연 우리 교회는 어떻게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는지도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중산층화된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그 품에 안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 안에 당당하게 서있지 못한다면 교회는 그 참모습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아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영원으로부터 유한한 존재로 오시어 당신 자신을 철저하게 낮추심으로써 오히려 인간을 당신에게로 한없이 들어올리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에게 낮은 곳으로 내려갈 것을 호소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높은 사람이 되려면 낮은 자리로 가야 합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어진 인간 존재가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랑에 바탕을 두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기 예수 성탄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시고, 그럼으로써 마침내는 좌절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을 당신께서 계신 가장 높고 영광스러운 곳으로 이끌어 올리시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야 합니다. 낮은 곳으로, 더욱 낮은 곳으로 자신을 낮추고 봉사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아기 예수의 성탄이 모든 이에게 축복으로 내려앉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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