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황우석 신화’는 모두 거짓임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최종 결과 발표로써 명백하게 판명됐다. 우리는 최근 수개월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비극적 사건임을 다시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생명을 담보로 정치와 돈의 논리가 과학과 결합한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결국 사기극으로 판정이 났으며 우리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문과 충격을 안겨준 채 이제 검찰 수사의 대상으로까지 넘어가게 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사기행각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통해서 진실이 규명됨으로써 거짓으로 가득 찬 ‘신화’는 미망임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의 실마리를 갖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이 거짓된 신화가 준 교훈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배워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은 조사 과정을 철저하게 마무리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어느 한 개인들을 질타함이 아니라 사태의 공과를 명명백백 가리고자 함이다.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종교인으로서 우리는 이번 사태가 주는 의미가 궁극적으로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과학 역시 결코 인간의 삶에 총체적으로 관련되는 윤리 문제, 그 중에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고려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황우석 사기’는 과학의 정수는 정직, 진리라는 점을 일깨워주었고, 과학 연구에 과학 이외의 논리가 개입돼서는 안된다는 점,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 시스템의 필요성 등등 많은 교훈들을 일깨웠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사태가 생명에 대한 경시와 무시에 그 근본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고 본다.
배아 연구에 대한 그 맹목적인 신봉에서 인간 배아의 생명권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생식 세포인 난자 채취로 여성 인권을 묵살하고, 크게 우려되는 부작용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여성의 신체에서 무지막지하게 뽑아서 썼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서 불치병, 난치병 환자들에게 허망한 기대를 갖게 했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철저하게 무시한 것이다.
하지만 결코 이 사기 행각은 황우석을 비롯한 소수 과학자들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깊은 성찰을 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 동조한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침묵한 과학자들, 비판적 성찰 없이 국익과 집단적 환상에 의해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 온 적지 않은 국민들 모두가 공동 책임자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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