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배선실이라 했다. 몇 군데 수소문해보아도 왜 그런 이름을 부르는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보호자들이 환자를 위한 물도 끓이고 음식을 데우기도 하는 곳이다. 혈액암 환자만의 격리 병동이라 병실 안에서 환자와 음식을 함께 하는 것을 금하니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모두가 수심에 찬 얼굴들이다.
어느 날 늦은 아침의 일이다. 주로 여자 보호자들이니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어줍살스러워 나는 굳이 늦은 시간을 택한다. 수심이 가득한 곱디고운 얼굴이 더욱 가련해 보이는 젊은 여인이 한숨 반 절규 반으로 호소를 한다. 39세의 남편이 혈액암 치료를 위한 항생제가 듣지 않으니 이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동병상련이라 했다. 그 안타까움이 전해온다. 그래도 덜 절박한 내가 위로를 한답시고 몇 마디 건네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병원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의 처방으로, 가장 훌륭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봅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저희 하느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신자는 아니지만 같이 기도하며 그분의 힘을 구하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며칠이 지났다. 병동 복도에서 만난 그 여인 “선생님! 오늘 성모병원으로 옮깁니다. 어제 성모병원 의사도 선생님과 같은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남편이 더 원하고 있습니다.” 명함을 건네주며 “힘이 될 일이 있으면 연락 주십시오.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세례를 받았고 기쁜 얼굴로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아들도 저도 수녀님이 예비 세례명까지 지어주셨습니다.” 위로의 말을 잃었다. 기뻐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당혹스럽다. 전화를 끊고는 “주님 요셉형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두 손을 모을 뿐이다.
정점길 (요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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