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물려 받고 물려 주자”
인간의 몸은 자연환경에 잘 순응할 수 있도록 자율조절이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인간의 벌거벗은 몸은 기후변화에 무방비 상태에 있다. 인간의 피부는 습도와 온도와 햇볕과 바람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어렵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맹수의 공격으로부터도 자기 몸을 방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옷을 짓고 옷을 입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옷은 인간의 제2의 피부라고도 한다. 인간만이 옷을 입는다.
인간은 옷을 입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옷은 생명유지의 조건이다.
도처에 나체족들
오늘날 도처에서 나체족들이 후한무치하게 살고 있다. 돈에 팔렸거나, 노출증에 빠졌거나, 또는 군중심리나 장사꾼의 속임수에 세뇌 당했거나 간에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것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소매 없고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추운 겨울에도 초미니 치마를 입거나 배꼽을 내놓고 속내의를 밖으로 내놓고 거리를 쏘다니는 여인들을 보면 이것은 마치 칼에 찔려서 죽어가는 짐승의 내장이 몸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을 보는 참담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몸을 차게 하면, 위장장애뿐만 아니라 두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특히 여성이 하복부를 차게 하면 각종 부인과질환을 앓게끔 되어 있다. 어떻든 인간은 나체상태로는 품위를 잃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킬 수 없으며 오래 살 수 없게 되어 있다.
옷은 문화의 척도
생물학적인 실용적 목적이외에도 인간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하여, 체면을 차리기 위하여, 신분을 과시하기 위하여 옷을 입기도 한다. 더 나가서 옷은 문화이념의 기본요소인 전통성과 사회성과 윤리성을 드러내는 중대한 인간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떤 시대, 어떤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어떤 옷을 즐겨 입느냐 하는 것은 한 문화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옷은 직접 볼 수 없는 인간의 내면세계의 일부분을 밖으로 드러내 보여주며 옷을 입은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노인은 노인답게, 군인은 군인답게, 성직자는 성직자답게 옷을 입어야 한다. 요컨대 사람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품위를 지키기 위하여 자기의 분수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
문화민족은 각기 그 민족의 고유한 전통의상을 입는다. 전통의상에는 그 민족의 조상의 슬기와 민족정신이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기간에 어떤 민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민족의 전통의상이 보존되어 있고 전시되고 있는 민속박물관을 찾게 되고 그 민족의 옷을 관람한다. 민속박물관은 내국인에게는 자기 민족문화의 자부심과 긍지를 교육하는 장소이며 외국인에게는 그 민족의 정체성을 밝혀주는 산실이기도 하다.
품위와 사람다움 드러내
옷의 기능과 선택 동기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므로 일괄해서 간단히 말하기 어렵다. 복식사마다 나름대로 여러 관점에서 목적이나 이유를 제시하겠지만, 옷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품위와 사람다움을 드러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옷은 살림살이와 직결된다. 어떤 개인이나 어떤 집단이나 어떤 민족이 어떤 옷을 입느냐는 것은 한 개인이나 한 집단의 정체성(正體性)을 유지하고 생명을 보전하는 것과 상관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착한 아이들은 본성적으로 자기가 존경하는 어른들의 옷을 물려 입기를 좋아한다. 친구들과 선후배, 이웃들 간에는 예로부터 옷을 나누어 입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되도록이면 헌 옷을 수선해서 입고 나중에 옷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어 옷을 나누어 입는 습속을 길러야 한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곳곳에는 헌 옷을 위탁판매하거나 물물교환하는 헌옷가게들이 있다. 벼룩시장에 가보면 별의 별 도구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헌 속옷과 헌 아기기저귀까지 내다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느질하고 수를 놓고 뜨개질을 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는 구원의 여인상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옷을 깁는 기움질에서 그리스도인의 근검절약하는 살림살이의 모범을 볼 수 있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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