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뱉지 마시오.” 프랑스 파리의 한(韓)식당에서 모처럼 우리나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나오다 옆 집 쇼윈도에 세워진 한글 표지를 발견했다.
제자들 덕분에 프랑스, 터키 성지순례를 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살림에 제 살기도 어려운 때에 정년퇴임 기념이라며 거금을 각출해 주었다. 병상의 아내와 손을 잡고 여행지를 되뇌이니 제자들의 정이 새삼 따뜻하게 다가온다.
터키에서의 일이다. 옛 문화의 화려함을 대변하는 거대한 건물들의 잔해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누워있는 기둥이며 돌조각들이 그대로 관광자원이다. 에페소의 폐허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주변을 돌아보며 놀랐다. 응당 있어야할 오물이 하나도 없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따로 관리하는 사람이 없는 곳에도 오물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몰라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는 일,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일, 달리는 차에서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버리는 일, 으슥한 골목 벽에 가위그림이 필요한 일 등은 없어야 할 일이고, 우리는 충분히 없앨 수 있는 문화민족이다.
멕시코 관광 때 오물이 아무데나 마구 널려 있는 것을 보고 미국과 경계임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이 이렇게 된 것은 무서운 벌금 때문이라는 친구의 설명이었다. 벌금이 무서워서 지키는 법규가 아니라 우리는 ‘양심으로 지켜지는 공중도덕’ 그래서 우리는 교육 상위국임을 자랑해야 할 것이다.
정점길 (요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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