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앞에 무기력한 인간
1970년대, 할리우드가 영화계의 불황을 타넘기 위해 찾은 돌파구가 재난 영화. 엄청난 자연의 힘, 그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 극한의 상황 속에서 연출되는 역동적인 장면들은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초고층 빌딩이 화염에 휩싸이고(타워링.74년), 유유자적 대양을 항해하던 거대한 여객선이 침몰하고(포세이돈 어드벤처.72년), 지진으로 도시가 완전히 무너져내리며(대지진.74년), 폭파범으로 인해 추락 위기에 처한 비행기(에어포트.1970)가 등장한다.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그 소재의 폭이 훨씬 넓어져서 화산 폭발(볼케이노.96년, 단테스피크.97년))이나 토네이도(트위스터.96년), 혜성충돌(아마겟돈, 딥 임팩트.98년) 등을 다룬 영화들이 등장했고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첨단 기법들은 이전의 재난 영화들이 치중했던 드라마적인 요소보다는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했다. 90년대 후반에는 그 스케일이 더 웅장해져 인류의 멸망과 문명의 종말까지 들먹거린다.
거대한 재난, 특히 자연의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재난영화들이 주는 메시지는 통속적이고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번번이 인간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만든다. 이들 재난 영화들 속에서 재난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것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간의 교만함
우선 자연에 대한 외경심의 상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외경심의 결여는 인간의 교만함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자연 앞에 서서 겸손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은 스스로 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여기에 이기심과 사욕이 곁들여지면 화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재난 영화들은 그러나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려준다. 극복할 수 없다면 희망은 없으니까. 영화들이 제시하는 재난 극복의 힘은 사랑이다. 헌신적인 형제애는 자기 희생을 통해 동료 인간들을 재난에서 구한다.
타워링, 단테스피크, 분노의 역류 등 화재 영화에서 위험을 무릅쓴 소방관들의 진화 작업이나, 포세이돈 어드벤처의 마지막 장면에서 몸을 던져 증기밸브를 잠그는 스콧 목사의 희생, 아마겟돈에서 동료들을 귀환시키고 혜성에 남아 수동으로 핵 폭발 버튼을 눌러야 했던 해리. 이들은 모두 자기 희생을 통해 다른 인간들이 재난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들 재난 영화들은 통속적이다. 의미나 교훈을 발견하기에 관객들은 이미 그 스토리의 흐름을 꿴다. 하지만 가장 평범하고 통속적인 것이 때로는 가장 큰 진리이다. 자연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인간이 결국 기댈 곳은 어디일까. 절대자인 신이 우선이며, 그 다음에는 동료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난 영화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신에게 기도하면서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도움의 손길 나누자
다시 여름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우환’(雨患), 장마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고통 받는 이웃들이 많다. 재난 영화는 통속적이고 ‘강 건너 물 구경’일 수 있지만 현실 속의 재난을 겪는 이웃들에게 고통은 처절한 것이다. 형제애와 희생으로 재난을 극복할 수 있음을 영화들이 보여준다. 우리 모두가 현실 속의 재해 구조를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도움의 손길을 나누는데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박영호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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