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억새
갈대와 억새는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전에는 억새보고 “갈대 참 아름답다.”고 했고, 억새밭을 갈대밭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안 것은 몇 해 전의 일입니다. 알고 보니 억새는 갈대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 가을이 되면 사람들에게 갈대와 억새의 차이를 아느냐고 묻곤 합니다. 대부분, 과거의 저처럼 억새를 갈대라고 하고, 억새를 억새라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0명 중 3~4명은?
억새가 갈대가 아니라 억새인 것처럼, 배아는 다른 어떤 존재가 아닌 인간존재입니다. 인간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배아는 인간생명의 초기 단계입니다.
2004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인간 생명의 시점(始點)이 임신되는 순간부터라고 보는 사람들(신자 69.7%, 일반인 60.0%)도 있고, 출산 후부터라고 보는 사람들(신자 28.8%, 일반인 38.7%)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거리의 성인 10명중 3~4명은 태중의 아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셈이고, 1992년 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통계 84%보다 10년 사이에 무려 24%가 낮아진 셈입니다. 돌이켜보면 옛 어른들은 당연히 인간생명이 임신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여겨서 태어나면 이미 한 살로 여겼는데 말입니다.
‘비전 2080’을 생각하며
최근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간생명의 시점을 출생 이후로 잘못 인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여럿일 것입니다.
그 이유들 중의 하나는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명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신자들마저 그릇된 인식을 하는 이유도 바로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 하였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2003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신자 응답자의 55%는 생명에 대한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리고 생명교육의 기회를 가진 44%의 사람들 중 98%는 그러한 교육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박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꿈이란 2020년에는 생명에 관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44%에서 80%로 증가하고, 인간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03년 44%에서 2020년에는 80%로 증가하는 소망입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저의 이 꿈을 ‘생명운동 비전 2080’이라고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비전을 지난 11월 22일 생명관련 단체 실무자 연수에서 소개하였고, 참석하신 분들이 박수로 뜻을 함께 해 주었습니다. 물방울이 모여 내(川)를 이루고 내가 모여 강(江)을 이루듯이, 생명교육이 가정과 사회에서 점점 퍼져나간다면 생명문화의 강도 가능할 일입니다.
임신된 날을 경축하며
저는 최근에야 제가 임신된 날은 기억하기로 하였습니다. 태어난 날도 중요하지만 제 생명이 시작된 임신된 날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탄생일을 12월 25일과 12월 8일로 경축하고, 잉태되신 날을 3월 25일과 12월 8일로 경축하듯이,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모든 사람도 생일뿐만 아니라 그 임신된 날도 소중하고 기뻐할 날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임신된 날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의 경우처럼 생일로부터 9달을 뒤로 하여보니, 제가 임신된 날은 12월 9일인 셈입니다. 성모님이 잉태되신 12월 8일 다음 날이니 흐뭇하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쉬운 날입니다.
물론, 제 생명이 시작된 바로 그 날은 하느님이 아시겠지요! 이런 생각들을 며칠 전 생명운동에 투신하는 분들과 나누어 보니 대부분 공감하였고, 몇몇 교우는 “백일잔치는 알고 보면 임신된 지 1주년 잔치”라고 덧붙였습니다. 백일잔치의 의미야 여럿이겠지만 백일이 임신 후 1년 째 되는 때(9달+3달=12달)이고 보니, 그 사실만으로도 제겐 놀라운 일입니다. 그 동안 졸고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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