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처음으로 발표한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 God Is Love)는 인간의 존재 이유와 신앙의 의미로서 ‘사랑’을 깊이 있게 성찰하도록 우리를 일깨운다.
대개 새 교황의 첫 회칙은 교황으로서의 사목 방향과 지향을 함축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회칙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성하가 앞으로 인류와 교회를 어떻게 이끌고 인도해나가기를 원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혹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첫 회칙은 현대 사회의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들, 즉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에 대한 우려와 경고 등이 주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인간 유전자 조작과 복제 문제 등 첨예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생명윤리 문제는 가장 유력한 주제로 예상됐다.
하지만 교황이 발표한 새 회칙은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내포하고는 있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인간과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그 주제로 삼고 있다.
교황이 신앙교리성 장관 시절부터 보여주었던 엄격한 훈육자로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사랑과 자비를 강조하는 교황의 가르침에 대해서 다소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교황청과 많은 교회 관계자들은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주제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사상과 가르침, 그리고 교황직을 시작하면서 서약한 평화의 수호자로서 교황의 서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본다.
나아가 ‘사랑’은 교황 스스로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오늘날 그 참된 의미와 중요성이 퇴색됐다. 교황은 1월 23일 일반 알현 자리에서 회칙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랑은 태초부터 존재하는 실재의 표현”이라며 “우리는 그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금 고양하고 정화하여 그 본래의 광채를 되돌려줌으로써 사랑이 우리 삶을 비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로 ‘사랑’은 우리 삶과 우리 신앙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가장 숭고하고 존엄한 것이며 교황이 이를 첫 회칙의 주제로 삼은 것은 테러와 온갖 분쟁, 증오와 살육이 횡행하는 오늘날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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