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쌀쌀하게 불던 1월 20일 친구 아버님의 부고를 듣고 영안실을 찾았다. 다음 날 장례미사에도 시간 맞춰 참례했다. 그런데 피곤하고 다소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과 함께한 장례미사 분위기는 영안실과 사뭇 달랐다. 특히 유가족을 향한 본당 신부님의 위로 말씀은 참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웠다.
미사경문을 외우는 신부님의 밝은 표정과 사이사이 고인과 신자들에게 건네는 사려 깊은 말 한마디는 정감이 듬뿍 담겼으며 유가족을 한 사람씩 품어 안는 모습에서 착한 목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고인은 젊은 날 낚시를 좋아해서 바다를 자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다에 나가 무엇을 잡아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것보다 오히려 푸른 바다에 낚시줄을 드리워 놓고 삶에서 버려야 할 많은 것들을 바다에 던지고 계셨던 것이 아니었겠는지요. 유가족 여러분, 오늘은 슬픈 날이지만 사실 기쁜 날이지요. 왜냐하면 죽음은 삶의 연속이고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인이 우리 곁을 떠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장례 예절을 마치고 돌아가시면 고인의 사진을 구석에 밀쳐 두지 마시고 잘 걸어 두세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듯, 가족과 함께 행복했던 시절에 찍은 사진을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듯 거실이나 안방에 잘 걸어 두세요.”
장례미사에서 신부님의 강론 말씀 중 몇 가지 마음에 남는 것을 옮겨 적어 보았다. 살면서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한 가지 한 가지가 어쩌면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기 위한 저마다의 고유한 삶의 방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덜어내고 비워야 할 우리의 삶, 영원한 삶에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 내게 베풀어 주신 소중한 은혜, 고마움을 우리는 사랑으로 승화시켜 나아가야 한다.
심재영 (수사.성바오로미디어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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