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똑같은 아들, 엄마와 똑같은 딸
“하느님의 생명권에 대한 도전”
2002년 12월 26일 오전 11시 55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던 인류 최초의 체세포 복제 인간인 이브(Eve)가 전 세계에 가져다 준 충격은 매우 심각했다. 아직까지 인간의 체세포 복제 방법을 통해서 복제인간이 탄생하였다는 객관적 증거 자료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복제인간을 만드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로 인해서 성공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한다.
가톨릭 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복제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꾸준히 그리고 진지하게 해 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복제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중을 상대로 그릇된 신념을 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호하는 사람들의 논거
인간복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명료하다. 인간복제를 통해서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단지 생물학적 생명의 연장일뿐)을 줄 수 있으며,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곧 불임부부나 동성애자들에게 아기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곧 무정자증의 남편을 가진 아내가 자신만의 아이를 원할 경우 체세포 복제를 통해 그 소원을 들어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선천적인 유전자적 결함(백혈병이나 암 환자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의 치유를 위해 복제인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목적이 선하다고 해서 그 방법이 악해도 좋다는 논리는 결코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반생명적이고도 반윤리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결코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는 그 실패율이 매우 높아서 결국 끊임없이 인간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생명체인 인간배아 복제나 배아를 이용한 실험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왜냐하면 엄격히 말해서 인간배아 복제 및 연구는 인간복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곧바로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배아 복제 및 실험연구 허용은 인간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치질서의 붕괴
인간복제는 또한 가치질서의 붕괴를 야기 시킬 뿐 아니라 인간의 현실적인 사회적 관계의 기초인 가족관계도 파괴시킨다. 곧 성인의 체세포를 복제하여 아기가 태어날 경우 그 아기는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없다.
인간복제의 방법을 통해 태어난 인간이 성인이 되고 난 후에 벌어질 일을 예견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인간복제가 동일한 DNA를 가진 인간의 존속을 주목표로 하여 무성생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이해해 볼 때 이러한 사람들과 전통적인 방법, 곧 유성생식을 통해 탄생한 ‘보통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갈등은 치유가 거의 불가능한 사회적 분열을 야기 시킬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기억력과 성격까지도 복제가 가능하게 된다면 인류가 맞이하게 될 사회는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결국 이러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될 것이다.
종교적 비판의 대상
무엇보다도 인간복제는 생명의 신비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곧 인간복제의 시도는 하느님께 절대적으로 유보되어 있는 생명권에 대한 도전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파괴하고 인간 스스로 이를 떠맡으려고 하는 것이다. 생명과학이 새로운 종교가 되고 생명과학자들이 새로운 제사장이 되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심오한 문제에 대한 판결을 내리려고 한다면 그 결과는 인류 전체에 대한 재앙이 될 것이다.
단순한 기술적 한계의 결과로 초래되는 사회적 혼란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류를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하느님이 가르쳐 주신 ‘진리의 길’이 아니라, 자기파괴를 낳을 그릇된 길로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질서를 파괴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의 실현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자유’를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하느님의 선물을 오용하여 하느님과 대등한 존재가 되려고 하고 있다.
자유의 개념에 대한 혼란으로 인간은 또다시 커다란 죄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복제를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인간 스스로 구세주가 되어 생물학적 생명의 연장으로 영원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다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결코 하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절제와 겸손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실현하는 것이다.
책임과 절제가 수반되지 않는 자유, 오로지 남용과 교만으로 인한 자유, 그래서 무엇이든지 할 수만 있으면 다 해도 된다는 식의 자유는 결국 인류에게 파멸을 안겨다 줄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의 진정한 실현을 통해 생명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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