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키에서 살해된 이탈리아 출신의 선교사 안드레아 산토로 신부의 죽음은 신앙까지도 억압과 폭력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에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산토로 신부는 이슬람교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터키에서 그리스도의 증거자로 살아가다가 뜻하지 않게 한 소년의 총격으로 희생됐다.
산토로 신부가 지난 1월 3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보낸 편지에는 터키 현지의 가톨릭 신자 3명이 함께 서명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 편지에서 신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며,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터키인들 가운데 모범적인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결코 종교적 신념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 안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우러나고, 그리스도의 얼굴이 자신들의 얼굴을 통해서 보여질 수 있도록 참된 신앙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산토로 신부는 그러한 신자들과 함께 99%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교도들 한가운데에서 순교적 자세로 살아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산토로 신부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이번 사건이 “종교간 대화와 민족들간의 평화와 화해의 특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교황 성하의 뜻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무엇보다도 산토로 신부의 죽음을 통해 어떤 무엇도 결코 다른 사람이나 민족, 문화, 종교에 대한 억압과 증오의 명분이 될 수 없다는 교훈이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산토로 신부의 죽음이 최근 국제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하메트 만평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황으로 보아 모하메트 만평으로 드러난 서구 사회와 언론의 이슬람에 대한 정서와 이번 사건이 적지 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서구 언론이 촉발한 모하메트 만평 사건에 대해서, 언론의 자유가 다른 종교에 대한 조롱과 모욕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타 종교와 민족에 대한 존경의 자세를 당부했다.
오늘날 종교간 대화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는 갈등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인 전술이 아니라 종교의 본질에 속한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무엇보다도 종교인들에게 더욱 요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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