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2월 21일 사형제 폐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데 대해서 우리는 적극 환영하며, 이러한 전향적인 자세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 천주교를 비롯해 국내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형제의 반생명성과 야만성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대체하는 종신형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기에 정부의 이번 결정을 더 없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교회는 인간 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단죄하는 사형제도를 반생명적인 제도,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또 하나의 살인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는 오래 전부터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여러 종교들과 뜻을 모아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보복 감정을 우선시한 국민들의 사형제도에 대한 인식 수준도 상당 수준 바뀌었고, 그러한 인식 전환의 가시적 성과로 사형제 폐지를 위한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서 모든 국민들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흉악 범죄가 횡행할수록 이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사형제도라는 인식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사형제도가 반생명적이며, 허가받은 살인이라는 점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여러 연구는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사형제도 폐지의 주장이 범죄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의 경험에 대해서 외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범죄자는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사형이 그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참회하는 것이 참된 위로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형 없는 종신형이 그 대안인 것이다.
이미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이뤄져왔다. 이제는 결단이 남았을 뿐이다. 법무부의 전향적 자세를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차제에 참된 사회 정의를 위한 사형제도 폐지의 오랜 숙원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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