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에 가까운 사형제도 폐지운동의 결실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커지고 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3월 6일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하고 최근 법무부에서 지지 의사를 밝힌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기를 간절하게 염원했다.
우리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피력된 바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사형제도 폐지가 결코 천주교회를 비롯한 종교인들의 염원일 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을 지니고 있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뤄나가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근본적으로 사형은 인간이 인간을 단죄하는 국가 형벌제도이다. 더욱이 한 번 단죄하면 돌이킬수조차 없는 사형제도는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인간이 잘못 판단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인권 침해, 즉 생명권의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걸림돌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지할 수 있다는 편견이다. 하지만 사형제도가 다른 형벌에 비해 범죄 억지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이미 여러 법과 형사정책 연구에서 드러났다.
또 한 가지,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이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징계와 보복의 감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정서 역시 그 동안 꾸준한 사형폐지운동의 성과로서 적지 않은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여건은 충분히 성숙됐다고 본다. 국민들의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법적으로도 사형제도의 대체형벌로써 절대적 종신형에 대한 가능성 역시 매우 높은 인식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법 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현직 의원 과반수 이상이 사형제도 폐지를 찬성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절대 다수 의견으로 폐지를 지지했다.
우리는 사형제도 폐지가 단지 하나의 법이나 제도의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장엄하게 선언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가 참된 생명 문화의 건설로 향하는 그 첫걸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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