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1475~1564)는 조각과 회화는 물론 건축, 기계공학, 문학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 예술가이다. 그가 남긴 수많은 걸작들 중,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와 총 네 점의 아름다운 피에타 조각들이 걸작으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수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걸작은 단연 로마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상이다. ‘연민’, ‘경건한 마음’의 뜻을 가진 ‘피에타’ 도상은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성모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그 드라마틱한 소재는 서양미술사 속의 수많은 예술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불과 24세의 젊은 나이에 이루어낸 걸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미 기술적 표현의 정상에 도달한 그는, 단단하고 차가운 백색의 대리석 덩어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그는 자신이 쓴 시집에 고백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가도 돌 속에 숨어 있지 않는 것을 창조하지 못한다. 대리석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것을 그는 손으로 창조한다. 마음과 명상이 시키는 대로.”
이같이 예술가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다. 예술작품은 원석 안에 본래 숨어있는 형상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진 예술가의 손에 의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이 세상에 드러난다. 이같이 진정한 예술가는 작은 ‘나’에 갇혀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이미지를 찾아내어 그 형상을 충실히 드러내는 자인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그 사실을 일찌기 간파하였다. 만물 뒤에는 이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높은 산의 단단한 바위를 깎아 살아 있는 형상을 만듭니다. 바위가 작아질수록 형상은 커집니다. … 나의 내부에서 당신만이 그것을 깎을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은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습니다.”
박혜원 (소피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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