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형벌이 아닌 또 하나의 살인이다(3)
“피해자 가족을 돌보자”
첫째,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들의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종교단체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5월 30일 법조인과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사형제도폐지운동협의회’가 창설되었고 지금까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단체들이 연대의식을 가지고 함께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종교단체들은 각각 속해 있는 종단 내에서 사형수들을 중심으로 교정 사목에 치중해 온 반면 종단을 초월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협의체(7개 종단)를 구성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종교단체들과 연대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함께 활동하고 있다. 특히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어 종교계와 정치계의 공동 노력으로 무려 과반수가 훨씬 넘는 160명에 가까운 현 국회의원들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입법청원을 한 상태이다. 이는 이념과 종파를 초월하여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공동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 연대의식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사형제도 폐지의 공동 목표 실현을 위해 모든 종교계는 물론 정치계와 시민 단체 등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 연대 의식 속에 일치, 단결함으로써 하루빨리 사형제도 폐지의 공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피해자 가족에 대한 국가 정책과 종교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
범죄자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특히 흉악범들에 의해 피해를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종교계를 비롯해서 사형제도 폐지 단체들에서는 사형수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을 위로하고, 교화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온 반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점들에 대해서 깊이 반성해야 한다.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국가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범죄자로 인해 한순간에 가장을 잃어버려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가정들에 대해서 국가적 차원에 있어서 그들에게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따라서 감형이 전제되지 않은 절대적 종신형을 통한 사형제도 폐지와 함께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국가적, 종교적인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정책과 배려, 관심이 병행되어져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적어도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과 상처들이 조금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민영 교도소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12월 28일에 행형법 개정을 통하여 민간 교도소를 설립, 운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곧 행형법 제4조의 2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교도소 등의 설치·운영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법인 또는 개인에게 위탁할 수 있고, 위탁을 받을 수 있는 자의 자격 요건, 시설 기준, 수용 대상자 선정 기준, 수용자 처우의 기준, 위탁 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
정부는 동 법률을 2000년 1월 28일에 제정·공포하였고, 동법 시행령은 2000년 11월 9일에, 동법 시행 규칙은 2001년 5월 22일에 제정·공포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2001년 8월 24일에는 민영 교도소 설치·운영에 관한 제안 요청을 공고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적인 교정 행정은 교정 교화의 영역을 국가의 독점 사항으로 여기지 않고 지역사회의 시민들에게 개방함으로써, 교정 교화 분야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형사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편에서 볼 때도, 교정 교화 활동은 지역사회 내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그 해결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서울대학교 한인섭 교수의 논문을 비롯해서 민영 교도소 제도 정착을 지지하는 많은 단체들에서 민영 교도소 운영에 따르는 여러 가지 성과를 다음과 같이 기대하고 있다. 첫째, 범죄 예방 및 대책에 있어 지역 사회의 능동적 역할이 기대되며, 둘째, 경제적·재정적 관점에서 국가 개입의 확대를 자제하고 민간 부문의 자원을 활용·동원할 수 있게 되며, 셋째, 사회 복지적 관점에서 국가 독점보다 민간 참여 방식으로써 교정 교화에 소요되는 서비스 수준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넷째, 민간 참여의 활성화를 통해 일반 시민과 수형자간의 간격을 좁히고 행형의 개방화를 유도함으로써 교정 교화 분야에 참여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정 교화 사업은 국가 주도로 이루어져 왔고 민간 참여는 기껏해야 보조적·의존적 역할에 국한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형사 정책의 기조가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의 한 단면이라면, 앞으로는 국가와 민간이 상호 협력하는 프로그램이 입안되고 실시되어서 범죄 문제를 내 이웃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돕고자 하는 시민적 책임감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종전의 유지형·명망가형 인사들에 의한 형식적 참여보다는 시민형·봉사형 시민들에 의해 주도되는 실질적인 지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참여자들의 자질과 적성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새로운 교정 행정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21세기 교정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사형제도가 필요 없게 될 것이며, 나아가서는 보다 체계적인 교정 교육을 통해 범죄 없는 사회가 이룩되리라고 본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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