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가 실시한 환경인식 조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가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환경보호를 위해서 자신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뜻을 지닌 신자는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총 17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현재 교회 안에서의 환경 의식과 친환경적 생활 습관 실태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는 사실 그 동안 교회내 환경운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객관적 조사를 통해서 드러난 한국 천주교회의 환경 의식의 실태는 환경과 생태계 보호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돼 있는 오늘날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심각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사목적인 시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을 전후해서부터다. 이후 수년 동안 한국 교회 안에서는 매우 왕성한 환경운동이 펼쳐졌지만 그에 대한 신앙적 성찰이 부족한데다가 일반 사회에서의 환경운동 방법론을 넘어서는 교회 고유의 운동 방법이 모색되지 못한 탓에 교회의 환경운동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왔다.
2000년을 전후해 그간의 교회 환경운동에 대한 성찰이 새롭게 제기됐고, 이에 따라 새로운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지만 사실상 초창기의 열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의 교회 환경운동은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에 실시된 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이러한 교회 환경운동의 경과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수도자와 평신도의 경우,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한 신자 의식 전환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반면 성직자들의 경우에는 ‘환경 생태적 영성을 정립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연구 작업’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주된 것이었다.
이 두 가지는 별도의 사안이 아니라 병행되는 것이며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회 환경운동의 고유한 영성과 사목적 접근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는 신자들의 환경 의식 자체가 초보 단계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교회의 환경운동은 근본적으로 영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보호가 신앙적 소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환경, 생태적 영성의 확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일선 본당에서의 활발한 환경 사목적 접근의 시도가 이뤄질 때 비로소 교회 환경운동은 지속성을 갖고 사도직 활동으로서 교회 안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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