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은 형벌이 아닌 또 하나의 살인이다(4)
“국제적 협력과 연대가 필요”
넷째, 국제적 차원의 교류 협력과 연대적 활동
전 세계적으로 사형제도의 폐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구로서는 유엔(UN)을 비롯해서 국제 사면 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있다. 그리고 각 국 사형제도 폐지위원회를 비롯해서 국제적인 인권위원회 등 많은 단체들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제각기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는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하였는데, 제3조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생명 및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고, 제5조에서는 “아무도 고문이나 잔인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처우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세계인권선언’이 선포 된 후 1959년부터 국제연합의 여러 위원회들은 지속적으로 사형제도 문제를 다루어왔다. 그 후 1989년 유엔 총회에서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여 생명권에 기초한 사형제도 폐지를 포함시켰다. 제6조 1항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타고난 생명권을 가진다. 이 권리는 법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아무도 그 생명을 함부로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오래 전부터 인도적인 차원에서 국제 사면 위원회는 인도적인 정신을 일깨우고, 이를 통해 사형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국제 사면 위원회는 정치적으로 반대파나 소수인종, 소수 민족, 소수 종교집단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국제 사면 위원회는 1975년부터 비국가적인 기구를 통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투쟁해왔으며, 1977년 12월 11일에는 50개국의 회원이 참가한 세계회의를 스톡홀름에서 개최하고 “사형제도를 절대적으로 또한 무조건 반대한다”, “사형제도의 총체적인 폐지를 위해 헌신할 것을 결의한다”는 선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국제 사면 위원회는 1989년 ‘사형 없는 세상을 향하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벌리기도 하였다.
이 밖에 여러 국제적인 인권단체들을 비롯하여 각 국 사형제도 폐지 위원회들은 유엔과 국제 사면 위원회와 연대하여 자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지금도 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미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종교계가 중심이 되어 사형제도 폐지 활동을 해 왔으며, 1989년 5월 30일에는 법조인과 종교인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사형제도폐지운동협의회’가 창설되어 오늘날까지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러나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종교계를 비롯해 정치권과 시민 단체들과의 협의체 구성을 통한 연대를 강화하는 데는 그 힘이 미약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유엔과 국제 사면 위원회 그리고 각 나라의 인권단체나 사형제도 폐지 위원회 등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국제적 기구와의 연대에도 그 힘이 미약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국내 단체들과의 일원화된 연대조직과 활동을 비롯해 국제적 차원의 교류 협력과 연대적 활동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나오는 말
18세기까지 사형은 극형인 동시에 핵심적 형벌이었고, 19세기 전반기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각 국의 형사입법은 사형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게 되었다. 19세기 서양에서 사형의 제한시대를 열었다면, 20세기 후반에는 사형폐지의 방향으로 진전돼 왔고, 현재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 국가는 모두 109개국이며, 해마다 2, 3개 나라가 사형을 폐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30여 개국에서는 제도상으로는 사형이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제도의 기능이 정지됐다고 볼 수 있다. 이중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헝가리와 같이 정부나 국회의 법률개정이 아닌 헌법 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사형제도가 폐지된 나라도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낙태를 비롯한 각종 범죄들, 특히 청소년들의 범죄가 날로 증가되고 있고 그로 인해서 우리사회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일가지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 대한 책임을 어느 한 개인, 그것이 범법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그 책임을 전부 다 전가할 수 는 없다.
제도는 그 사회의 문화수준을 드러낸다고 한다. “죽일만한 일을 했기에” 죽여야 한다는, 사형이 용인되는 사회의식은 어느 누구든 자신의 판단에 비추어서 죽일만한 일로 생각될 때는 죽일 수 있다는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든 인간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사회적 대합의는 바로 나 자신의 생명 또한 어떤 이유로든 죽임을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된다. 역으로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이유’를 열어 놓고 있는 한 나 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타인의 생명의 가치를 인정한 만큼 자기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결코 사형으로 폭력을 이길 수는 없으며, 이는 보복과 복수를 우선순위에 놓는 행위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그보다는 관용과 용서, 사랑과 정의의 실현으로 범죄자들이 진정한 회개를 통해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는 생명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인간)생명 중심의 가치관 재정립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여러 형태의 반생명적인 장치나 제도를 과감히 혁파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윤리도덕의식의 회복과 생명존중의 가치관 재정립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한다. 하루빨리 이 땅에 사형제도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형제도 없는 나라 ,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말을 외치고 싶다.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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