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4대 독자를 한꺼번에 잃어버린다면 그 심정이 어떠할까. 그것도 연쇄살인범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면.
내 입장이었다면 분명 도저히 그 살인범을 용서하지 못할뿐 아니라 세상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해 엄청난 방황을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내 가족을 죽인 원수를 평생 증오하고 원망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고정원이란 분은 그 살인자를 용서했을뿐만 아니라 그를 양아들로 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고 한다. 더욱이 유씨의 두 자녀까지 키우고 싶다고 한다. 가톨릭신문에 실린 이 기사를 읽고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됐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분명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고정원씨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한 이분의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기자의 표현대로 이는 ‘사랑의 기적’이다. 잘은 모르지만 고정원씨라고 처음부터 선뜻 유영철이를 용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가 거꾸로 쏟고 가슴이 터질듯한 괴로움을 기도로 다스리며 하느님께 매달린 결과로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사랑이 메말라가는 척박한 오늘날, 진정한 사랑과 용서란 이런 것이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고정원씨는 이 시대의 참 신앙인이다. 모처럼 가슴벅차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접해 가슴 훈훈하다.
서정희(안젤라.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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