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귀스트 로뎅(1840~1917)은 너무나 유명하다. 특히 그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조각의 이상적인 모델로는 물론 우리 생활 속에 친숙한 광고, 패러디 등의 상징적 이미지로써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위대한 아이콘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고된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바침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잘 모르고 있다.
미켈란젤로(1475~1564)의 조각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조각의 길로 입문한 로뎅은 역시 이탈리아의 대문호 알리기에리 단테(1265~1321)의 걸작 ‘신곡’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전 생애에 걸쳐 인류사의 온갖 희노애락이 뒤엉킨 대하드라마를 드라마틱한 대작 ‘지옥의 문’에 쏟아내는데 전념한다.
장장 200여편의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된 이 거대한 청동문의 상단부에 바로 ‘생각하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조각은 그 유명세에 비해 불과 20cm의 왜소한 크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작업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한 로뎅은 하나의 흡족한 형상을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드로잉과 조소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만들었다. 그는 불과 10cm의 작은 사이즈에서 2~3m에 달하는 다양한 재질과 크기의 독립된 조각을 제작한 다음, 만족스러운 작품이 완성되어야만 지옥의 문 안에 안치하였다.
우리는 최첨단과 초고속을 지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제작 시간이 너무 길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학, 의학계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예술은 이와는 달라야 하지 않은가?
혹시 이 시대의 큰 흐름에서 뒤쳐질까 두려워 예술가로서의 자존심 마저 버리고 의미없이 흘러가는 큰 무리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예술에서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 무엇이며… 나 자신 ‘고뇌하는 사람’ 로뎅과 같은 열정, 열심 그리고 진지함으로 나의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박혜원 (소피아.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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