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이탈리아의 휴머니스트 화가 조토(1267?~1337)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에서 신과 인간의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는 회화사 속의 거장이다.
특히 그는 모든 성인들 중에서 예수의 가난하고 희생적인 삶의 모습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성 프란치스코 성당에 그의 생애의 중요한 순간들을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로 남겼는데, 이는 그가 추구하는 인본주의적 사상을 증명해주고 있다.
조토 이후 그려지는 예수 그리스도는 더 이상 저 멀리 천상 옥좌에 근엄한 자태로 앉아서 세상에 군림하는 모습(중세의 비잔틴 미술)이 아니라, 그를 저버린 인간을 위해 온갖 조롱과 고통을 감수하고 스스로를 희생한 인간예수의 모습에 초점이 맞추어져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천상의 예수가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기쁨에도 치러야하는 값이 있듯이, 신 중심 사고의 엄격한 틀에서 벗어나 대자연 속에 던져진 인간은, 그 자유를 만끽하는 대가로 실존주의적인 고독에서 방황하기 시작하였고, 그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물질만능주의와 허무주의 그리고 해체주의 등의 복잡한 이데올로기속에서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게 된 것이다.
이 기로에서 “진정 삶에서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이상적인 방향을 찾는 것이 더욱 더 절실해졌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가 바사리의 표현대로 ‘자연의 제자 조토’는 그의 너그러우면서도 대범하며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자연주의자’가 되라고. 온갖 사욕을 버리고, 삶 속의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말고 대자연 속에서, 내 안에서 그 해답을 찾으라고 말이다.
박혜원 (소피아·화가)
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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